“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가?” 심리상담가 자브리나 플라이슈가 ‘인생을 바꾸는 질문들’에서 던진 질문이다. 연말이 되면 우리는 새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원하는 모습만 잠시 생각해보고, 우리는 다시 현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원하는 방향으로 ‘작은 실험’을 12월인 지금 시작할 수 있음에도 막연하게 ‘언젠가’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재즈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팻 메시니는 작곡가 리처드 나일스와의 대담집 ‘팻 메시니’에서 많은 음악가들이 더 좋은 악기를 가질 수 있다면, 더 유명한 사람과 연주할 수 있다면, 더 상황이 좋은 도시로 갈 수 있다면, 유명 프로듀서와 계약을 할 수 있다면 등의 ‘특정 조건’을 기다리며 정작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보통은 지금의 현실과 음악가로 변신하고 싶어 하는 그 중간에 그냥 멈춰 있는 거죠.”(108쪽)
플라이슈와 메시니의 말은 비슷한 지점을 짚어내고 있고, 최근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다. 우리 역시 ‘특정 조건’이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그냥 현재 모습에 멈춰서 있는지 모른다. 승진이 된다면, 누군가 나를 밀어준다면, 새로운 프로젝트나 더 나은 회사에서 기회가 생긴다면….
돌이켜 보면 내가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에 몇 년 동안 쓴 글이었다. 블로그 독자 중 한 분이 언론사 기자에게 추천을 하면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칼럼은 몇 권의 책으로 발전해 나갔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누구나 지금 시작할 수 있다. 만약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글쓰기는 하지 않으면서 ‘칼럼이나 책을 쓸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만 있었다면 기회가 오지 않거나 뒤늦게 내게 올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이제 플라이슈가 제시하는 연습을 연말을 맞아 같이 해보면 어떨까? 종이에 직선을 하나 그린다. 한쪽 끝에는 2022년 12월을 적고 또 다른 끝을 나의 죽음이라고 적는다. 그 사이에 내가 바라는 가장 중요한 경험과 목표들을 적어본다. 그중에는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분야도 있을 것이다. 플라이슈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 어떤 실수를 할 수 있을까?”(261쪽)
2022년을 돌아보면 자신의 실수 앞에서 마음이 불편한 경우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워버리고 싶은 경험이라기보다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2023년에도 무언가 실수를 할 것이다. 지금 내년에 내가 성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수들을 미리 생각해보면 어떨까? 실수를 피하려고만 하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성장하지 못한다. 삶에서 실수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우리는 무엇인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도 하고, 그냥 현재에 멈춰 있을 수도 있다.
얼마 전 북클럽 트레바리에서 회원들과 함께 다음의 질문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째, 2023년 12월 나는 어떤 상태이기를 바라는가? 일, 삶, 건강, 관계 등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그런 상황에 있는 나를 상상해볼 때 어떤 장면이 그려지는가? 둘째, 2022년 12월의 나의 모습과는 어떤 차이가 있고, 2023년 12월 내가 바라는 성장과 성취를 했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알 수 있는가? 셋째, 2023년 12월까지 내가 원하는 성장과 변화는 내 삶의 보다 큰 목표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2023년 12월에 돌아보니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2022년 12월 내가 작은 변화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작은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이미 기업들은 2023년 12월에 자신들이 어떤 상태가 되길 원하는지 세밀한 계획들을 다 세우고 준비를 하고 있다. 고객과 상사를 위해서만 계획을 세우고 시도하지 말고, 더 중요한 나의 삶을 위해 저물어 가는 12월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리고 새해를 기다리기보다 이번 달에 작은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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