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 플랫폼, 콘텐츠 유료화로 영토 확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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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덕질’ 넘어 솔루션 분야 넓혀
CJ, 지식재산권 사업화 본격 나서
엔씨 ‘유니버스’에 카카오 등 눈독
SM-JYP, 상대 연예인에 개방도

“카라(KARA)가 7년 만에 돌아옵니다. 카라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전달하고,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먼저 공개합니다!”

2세대 걸그룹 카라의 소속사가 지난달 전용 팬 페이지(플랫폼)를 새로 개설하고 신곡 발매 계획을 알리자 방문자들은 빠르게 소식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예고 영상, 활동 계획 등이 계속 올라왔다. 팬들은 전용 플랫폼에 모여 카라 멤버에게 직접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소통했다. 2015년 마지막 활동 이후 끊겼던 팬덤이 전용 플랫폼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나면서 카라는 최근 7년 6개월 만에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속사는 카라의 팬 플랫폼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기 위해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의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했다. 비마이프렌즈가 개발한 콘텐츠 공유 서비스, 팬 커뮤니티 등 필요한 기능만 골라 적용해 팬 플랫폼을 직접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아이돌 ‘덕질’(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행위)에서 출발한 ‘팬 플랫폼’ 시장이 단순 서비스를 넘어 첨단 기술이 접목된 솔루션 분야로도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덕질의 영역도 아이돌을 넘어 e스포츠, 개별 콘텐츠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프로 게이머 ‘페이커’(이상혁)가 있는 세계적인 e스포츠 구단 ‘T1’은 이미 비마이프렌즈를 통해 팬 페이지를 구축해 유료 서비스까지 출시한 상태다. 페이커와 T1의 팬들이 플랫폼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7만5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T1 유니폼 등도 판매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구체적인 유료 이용자 수를 공개하진 않지만 팬 플랫폼 업계에선 다양한 수익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되는 만화 ‘삼우실’이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특정 콘텐츠의 팬을 위한 플랫폼도 구축된 상태다.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는 비마이프렌즈의 사업 확장 가능성에 주목해 올해 5월 224억 원을 투자했다. 비마이프렌즈 관계자는 “CJ와 팬덤을 기반으로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 플랫폼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자 기존 업체들도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면서 업계 구도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월 이용자 수가 최대 440만 명에 이르기도 했던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력 인수자로는 다수의 연예 기획사를 자회사로 두고 직접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도 운영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거론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와 달리 카카오엔터는 아이돌, 웹툰, 웹소설 등 여러 콘텐츠 IP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니버스 운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경쟁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SM엔터의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팬 플랫폼 ‘버블’에 JYP엔터 소속 아이돌도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다. SM엔터 소속 아이돌 중심으로 팬 플랫폼을 운영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생태계를 일부 개방했다.

국내 1위 팬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는 하이브(위버스컴퍼니)는 미국, 일본 아티스트도 참여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T 역량을 기반으로 자체 팬 플랫폼 생태계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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