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폭설에 전북 시설물 붕괴 399건
전남에선 담양 등 172동 시설 피해
지자체, 비상근무 등 복구 안간힘
“다음 달 출하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런 날벼락이 없네요.”
25일 오전 전남 담양군에서 딸기 시설하우스를 하고 있는 임종엽 씨(63)는 눈 사이로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제 지지대를 바로 세우며 한숨을 쉬었다. 또 “25년째 딸기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담양에선 22일부터 이틀 동안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최고 26cm의 눈이 쌓였다. 특히 비닐하우스 피해가 많았는데 임 씨 하우스 3동 중 1동(660m²)도 비닐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하우스를 지탱하던 철제 지지대는 생선 가시처럼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고 출하를 앞둔 딸기 약 8500주가 모두 얼어붙었다. 피해액이 어림잡아 3000만 원을 넘는다고 했다. 임 씨는 “하우스 옆 컨테이너박스에서 숙식을 하며 밤낮 없이 딸기를 키웠다”며 “한 달 전 비닐을 새로 입혔는데 눈폭탄에 속절없이 무너졌다”고 하소연했다.
○ 눈폭탄에 피해도 눈덩이
24일까지 최대 60cm가 넘는 폭설이 내린 호남 지역에선 25일 눈이 멈추면서 시설물 피해 신고 및 복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북에선 이날 오후 3시까지 399건의 시설물 붕괴 피해가 접수됐다. 비닐하우스만 해도 352동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피해는 50cm 이상의 기록적 폭설이 내린 순창이 229건으로 가장 많았다. 농작물 피해 신고도 잇따랐다. 익산 정읍 임실 부안 등 4개 시군에서 시설 작물과 밭작물이 눈에 묻혀 얼어붙었다. 냉해 면적은 2.8ha에 달한다. 순창군 마을 2곳에선 24일 수도관 동파 등으로 343가구가 단수 피해를 겪다가 1시간 반 만에 복구됐다.
전남에선 하우스 137동 8만184m²와 축사 시설 35동 1만2647m²가 폭설 피해를 입었다. 하우스 피해는 담양 85동, 장성 36동 등 담양과 장성 지역에 집중됐다. 재산 피해액은 하우스 7억400만 원, 축사시설 4억5800만 원 등 11억6200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쌓인 눈이 한파에 얼어붙고 제설이 힘든 구간이 많은 탓에 구례군 노고단 도로 등 2곳이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 피해 복구 안간힘
폭설로 피해를 입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굴착기 등의 장비를 총동원하고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나서며 복구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북도는 22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24일까지 장비 527대, 인력 511명을 투입했다. 강원도에서 온 제설 차량도 도로 복구에 큰 보탬이 됐다. 연말까지 지역에 눈 예보가 없는 강원도는 전북도에 제설차 7대와 인력 15명을 보내 제설 및 피해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24일 폭설 피해 현장을 찾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시설 복구와 제설, 이재민 구호가 시급하다”며 특별교부세 지급을 요청했다. 광주시는 굴착기 등 5종 189대의 장비를 추가로 동원하고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며 제설작업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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