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침체의 늪에 빠진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수준을 보여주는 부동산거래회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집합건물의 거래회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역별로는 최근 가격이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세종시의 거래가 중단 수준까지 떨어졌고, 나머지 시도도 상당수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전국 집값을 주도하는 서울에서는 거래회전율이 소수점 두 자릿수 이하로 떨어진 곳도 속출했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게재된 11월 거래회전율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거래회전율은 매월 소유권 이전 매매 신청 부동산을 매월 말일 현재 소유권 이전 가능 부동산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거래된 부동산이 적고, 거래시장의 활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 바닥 기는 부동산 거래시장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거래회전율은 전월에 이어 또다시 0.18%로 나타났다. 아파트 등 집합건물과 토지, 건물을 합친 거래 가능한 모든 부동산 1만 건 가운데 18건만 거래됐다는 뜻이다. 2010년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제일 낮은 수치이다.
이전까지 최저 기록은 2012년 1월(0.19%)과 2013년 1월(0.19%)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직후인 2012년 2월(0.25%)와 2013년 2월(0.22%)에 모두 반등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심상찮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0.25~0.28%를 유지해오다 7월부터 0.23%로 내려앉은 뒤 8월(0.22%) 9월(0.20%)에 계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최근 부동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고된 것이 큰 걸림돌”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아파트 등 집합건물 거래감소 두드러져
토지 건물 등 다른 부동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집합건물의 거래회전율을 보면 부동산시장의 침체 기미는 더욱 뚜렷하다.
2010년 이후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매년 1~2월에 0.5~0.6%대에 머물렀다가 봄 이사철(3~6월) 0.7%대로 올라서고, 여름 비수기(7~9월)에 0.6%대로 조금 낮아졌다가 하반기 이사철(10~12월)에 다시 0.7~0.8%대 올라서는 식이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1월에 0.50%로 시작해 2월(0.46%) 3월(0.47%) 4월(0.46%) 5월(0.47%) 6월(0.46%) 7월(0.42%) 8월(0.41%) 9월(0.34%)로 갈수록 수치가 낮아졌다. 그리고 10월(0.28%)에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 치웠고, 11월에도 0.30%로 머물며 역대 두 번째 로 낮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매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던 12월에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세종, 4월 이후 급락해 전국 최저 수준으로 추락
지역별로는 최근 가격이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세종시의 경우 거래가 거의 중단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월 전체 부동산의 거래회전율이 0.14%로 전국 평균(0.18%)을 크게 밑돌았고,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0.13%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올해 3월에만 해도 세종시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1.78%에 달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다. 하지만 4월에 접어들면서 0.35%로 급락한 뒤 9월(0.14%)과 10월(0.13%)에 이어 11월까지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세종시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시장 반등을 기대한 수요로 인해 거래가 활발했지만, 이후 부동산 침체가 상당 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이 관망 상태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1월 한 달 간 전체 부동산의 거래회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경북으로 0.12%에 머물렀고, 전북(0.13%)과 전남(0.13%) 제주(0.16%) 부산(0.17%) 충북(0.17%) 등도 전국 평균(0.18%)보다 낮았다.
집합건물 기준으로는 세종(0.13%)에 이어 서울(0.20%) 부산(0.20%) 경남(0.25%) 전북(0.27%) 광주(0.28%) 경북(0.29%) 등이 모두 전국 평균(0.30%)을 넘지 못했다.
● 서울 노원, 강동, 서대문구 거래물량 1만 채 기준 9채 불과
전국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서울의 25개 상황을 보면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11월 한 달 간 집합건물의 거래회전율이 성북(0.91%) 종로(0.65%) 영등포(0.47%) 광진(0.27%) 금천(0.26%) 서초(0.22%) 은평(0.21%) 등 7곳을 제외한 나머지 18개 구가 모두 서울 평균(0.20%)을 밑돌았다.
특히 강동과 노원 서대문 등 3개 구(0.09%)는 소수점 두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1만 채 가운데 거래된 집합건물이 9채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강남 3구에선 서초를 제외한 강남(0.10%)과 송파(0.17%)도 서울 평균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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