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마다 만나 주말을 함께 보내곤 했습니다. 이번 토요일에도 아내랑 딸을 데리고 형님네 집들이를 같이 가기로 했는데….”
29일 발생한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부인(61)과 딸(29)을 한꺼번에 잃은 유족 김석종 씨(65)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충남 천안시에서 자동차 관련 일을 하는 김 씨는 일 때문에 30년 가까이 부인과 떨어져 주말 부부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부인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고 지난달 경주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화목했다.
김 씨는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데리고 딸이 찜질방을 자주 찾았다. 사고를 당한 날에도 둘이 같이 찜질방에 가던 길이었다”며 “사고 전날에도 ‘밥 먹었느냐’고 전화로 안부를 나눴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운전기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60대 가장도 목숨을 잃었다. 유족들은 사고 당일 한림대성심병원에서 사망자의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주저앉았다. 시신으로는 신원이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이날 두 딸을 부둥켜안고 울던 고인의 부인은 전화로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오열했다. 부인은 “느그 아빠 얼마나 뜨거웠을까. 차를 버리고 도망을 가지. 그놈의 차가 뭐라고. 아이고”라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에 살던 고인은 서울에 일을 나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을 애타게 찾는 외국인 여성도 병원을 찾아왔다. 이 여성은 29일 오후 8시 50분경 미취학 아동으로 보이는 딸의 손을 잡고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실을 찾아왔다. 그는 “남편 어디 있느냐”며 애타게 찾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족들은 사고 당일부터 30일 오전까지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시신은 부검을 위해 이날 오전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인 중이며 국과수 부검이 끝나면 사인 등 정확한 감정 결과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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