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제대로 배우면 70대도 즐길 수 있죠…함께 타면 더 재밌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31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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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호 간삼건축 회장(77)은 2016년부터 국내 첫 시니어 스키클럽인 오파스(OPAS, Old People with Active Skiing)를 이끌고 있다. 가족, 친구들과 스키를 즐기고 있던 터에 지인들이 ‘60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들어 회장을 맡아 달라고 해 선뜻 나섰다고 했다.

김자호 회장은 “속도 제어만 잘 해준다면 스키는 100세 시대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키를 탄다는 그 자체로 건강하다는 의미다. 100세까지는 슬로프를 질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자호 회장 제공.
“오파스는 100세 시대를 맞아 60세 이상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회원들끼리 스키 타며 즐기기도 하지만 60세 이상 스키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회도 개최합니다. 많은 분들이 참가해 건강한 노후를 즐기기를 바랍니다.”

2017년부터 매년 1월 개최하던 대회가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열리지 못하다 3년 만에 내년 다시 재개된다. 내년 1월 13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리는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다. 대회는 나이대별로 핸디캡을 줘서 운영한다. 60∼64세, 65∼69세, 70∼74세, 75세 이상으로 구분해서 진행한다. 동 타임이면 나이 많은 스키어가 이긴다.

김자호 회장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중고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그는 일본 유학 당시 스키를 배웠고 사업이 안정된 40대 중반부터 꾸준히 스키를 타며 즐거운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자호 회장 제공.
“원래는 곤지암리조트(경기도 광주)에서 열리던 대회였죠. 곤지암에 보수공사를 한다고 해서 이번엔 용평리조트로 바꿨습니다. 스키는 혼자 타도 즐겁지만 함께 타면 더 재미있는 스포츠입니다.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운다면 70대 이상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대회를 통해 모은 기금으로 ‘스키 안전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안전하게 스키 타는 법에 대한 포스터와 동영상을 만들어 대한스키협회, 스키장협회 등을 통해 스키어들에게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매년 스키 관련 세미나도 열고 있다.

김 회장은 나이 들수록 스키 등 스포츠에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함께 살아야 더 즐겁기 때문이다. 그는 “스키는 혼자 타는 운동인데 혼자 타면 별로 재미가 없다. 둘이 타면 더 재미나고 셋이 타면 더 재미난다. 여러 명이 같이 타면 아주 재미난다”고 했다.

김자호 회장은 경기중고교 시절부터 아이스하키 선수를 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경기도 동문들과 함께 방판을 누볐다. 김자호 회장 제공.
사실 김 회장은 경기중·고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그 땐 엘리트선수라기 보다는 순수하게 아이스하키를 즐겼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진정한 생활체육이었다.

“처음엔 아이스하키가 순수 아마추어였죠. 그런데 서울 동대문에 스케이트링크가 생긴 뒤 달라졌죠. 우린 공부하면서 운동했는데 일부 다른 학교는 운동만 시킨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가 밀리게 됐죠. 뭐 그래도 우린 공부하면서 즐겁게 했어요.”

김 회장은 건축설계를 공부하러 일본에 갔을 때 스키를 배웠다. 군을 제대하고 1972년 일본 건축설계회사에서 일하며 공부하던 때였다. 그는 “겨울 어느 날 기숙사에서 밥을 안 준다고 했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본 지인이 스키장에 가면 스키도 타고 밥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스키장에 갔다. 일본 야마카타현 자오스키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때부터 1979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겨울엔 스키를 즐겼다.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아이스하키를 탔기 때문에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는 큰 문제없었다. 한국에선 용평스키장이 막 문을 열어 스키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김 회장은 1983년 간삼건축을 창립해 키우느라 한동안 아이스하키와 스키를 즐기지 못했다. 40세 중반이던 1989년 경기고 아이스하키 동문들이 주축이 돼 만든 ‘폴라베어스(북극곰)’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를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김자호 회장 제공.
“젊었을 땐 사업 기반을 잡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시간이 없었죠. 40세를 넘기니 여유가 생겨 과거 함께 운동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다시 운동하게 되더군요. 함께 운동하고 술 한 잔하며 과거 및 현재 살아가는 얘기하고… 이런 게 인생이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과 종별선수권 등에서 전승한 기억을 떠올리며 빙판을 누볐죠. 일본과 러시아, 중국, 뉴질랜드, 대만, 홍콩 등 동호인들과 교류전도 했죠. 2015년 쯤 아이스하키는 그만두고 이젠 스키를 즐기고 있어요. 아이스하키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어요.”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다보니 한국중고등부아이스하키연맹 회장도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조언도 많이 해줬다. 아이스하키를 그만 둔 이유엔 부상 위험도 있었다. 스키는 하체가 튼튼하고 평형감각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었다. 김 회장은 “8090들도 스키를 탄다. 슬로프 내려갈 때 속도 제어만 잘 해주면 다치지 않고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고 말했다.

김자호 회장은 겨울이면 오스트리아, 일본 등에서 60일 이상 스키를 즐긴다. 김자호 회장 제공.
“스키는 올라가는 운동이 아니고 내려가는 운동입니다. 속도 제어를 잘하면, 그러니까 스키가 다른 운동하고 제일 다른 점은 빨리 가는 걸 늦게 가게 하는 거예요. 다른 운동은 100m 200m 빨리 가는 운동인데 스키는 사실상 늦게 가게 하는 운동이거든요. 선수들은 제어를 잘 해서 빨리 가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나이 때는 제어 잘해서 천천히 내려가면 됩니다. 요즘은 보조기구도 많아서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인생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모든 것을 자기가 제어하면서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제가 이렇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전 이제 회장이 아니라 대표 사원입니다. 전문 경영인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조언을 해주고 있죠. 뭐 일본 홋카이도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김자호 회장은 “스키는 자연 속에서 좋은 경관 구경하고 좋은 공기 마시며 즐기는 스포츠라 더 건강에 좋다”고 했다. 김자호 회장 제공.
스키는 자연 속에서 하는 스포츠라 더 좋다.

“좋은 산 구경하면서 좋은 공기 마시면 병도 안 생겨요. 전 스키를 타면 한 번에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타거든요. 친구나 가족들과 이산에서 타다, 저산으로 옮겨 타고, 힘들면 쉬면서 맥주 한잔 하고. 그렇게 즐기다보니 몸도 튼튼해졌어요.”

물론 평소 체력 관리는 꾸준히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기상하자마자 음악을 들으면서 30분 스트레칭 체조를 한다. 근육을 잘 풀어줘야 근육이 탄력을 잃지 않는다. 고정식 자전거를 타며 하체 근육도 키운다. 김 회장은 겨울이 아닐 땐 2~3일에 한번씩 지인들과 골프를 친다. 걷기 위해서다. 한 때 싱글 골퍼였지만 요즘은 80대 초반 치면 즐겁고, 80대 중반 치면 좀 기분이 나쁘다고.

골프 보다는 스키를 더 좋아한다.

“솔직히 골프는 남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스포츠잖아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친구들이 치자고 하니 함께 골프를 즐기긴 하지만 겨울에 스키 타는 걸 늘 기다립니다.”

“오스트리아 솔덴에서 스키 타봤어요? 한국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도 가서 훈련하는 명소죠. 환상적입니다. 전 천천히 즐기면서 타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김 회장은 매년 겨울 60일 이상 스키를 탄다. 그는 “100세까지 슬로프 위를 질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자호 회장이 서울 중구 신당동 간삼건축 사무실에서 경기고 아이스하키 선수 때 모습 사진을 보여주며 엄지척을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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