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기 전에 등단하지 못하면 자비출판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눈을 꾹꾹 밟으며 이제 만 나이로 바뀐다는데 내년에 한 번 더 도전해도 되지 않을까. 서른다섯 살 아니면 마흔 살도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지 말자. 하지만 가게 문을 나설 때에도 혹시 이번 주에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에 부풀곤 했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의 주인공처럼 들어가고 싶어 하던 밴드에 들어가도, 소원하던 등단을 해도 내 일상은 어제와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침 7시 18분 버스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그리고 글을 쓰겠지요. 한편으론 시원하면서도 이렇게 바라던 순간이 오니 기분이 얼얼합니다. 부는 바람이라도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여전합니다.
글을 쓸 때면 변두리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떠 있는 섬처럼 외롭게 표류하며 어디에도 닿지 못한다고, 어쩌면 닿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모서리에 발가락으로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평생 독자로 살다 삶이 끝나는 걸까?’라는 생각에 두려워 밤새 뒤척이기도 했습니다. 예전보다 덜 운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젠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욱 열심히 쓰고 치열하게 고민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쓰겠습니다. 항상 저의 첫 번째 독자이자 나의 반쪽인 언니 임진영에게 기쁨을 돌립니다. 사랑하는 임승빈 아빠, 장미영 엄마, 그리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배삼식 교수님, 김사인 교수님, 황선미 선생님을 비롯해 부족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1994년 경기 남양주 출생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 심사평 미래-우울증… 어느 때보다 다양한 소재 눈길
올해 투고된 작품들에서는 어느 때보다 소재의 다양함이 돋보였다. 크게 나눠 보자면 미래를 배경으로 기후위기, 기계와 인간이 결합한 변화된 일상을 선보인 것이 하나다. 엉클어진 가족과 노동, 젠더 갈등, 존엄사, 세대 갈등, 성소수자, 우울증 등을 다룬 것이 또 하나이다.
여전히 흔한 극적 상황을 가정한 작품들도 있었다. 대부분 훈련된 글쓰기를 보였지만 일정 수준을 뚫고 돋보이는 결과를 내놓은 작품은 드물었다. 이런 다양한 소재가 드러나는 이유는 혼돈의 관점에서 현 시기의 상황을 극작계에서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와 달리 다가올 미래에 대해 희곡이 먼저 질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야말로 전환기다.
기존 인간 중심의 관점이 갖는 한계는 인정하되 끊임없이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질문하던 비판적 시각은 여전히 주의 깊게 보고, 포스트 휴머니즘의 관점을 단지 소재주의로 접근해서 흔한 디스토피아로 그려내는 것은 지양하되 다시 인간다움은 무엇인지를 묻는 새로운 질문의 답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최종 논의에 오른 ‘[Bae]; Before Anyone Else 어느 누구보다 먼저’(이하 ‘[Bae]’), ‘1인용 바다’, ‘누군가 바다에 대해 말할 때’ 가운데 ‘[Bae]’를 응원하기로 결정하였다. ‘[Bae]’는 단지 새로워서가 아니라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간결한 미래의 설정을 바탕으로 “로봇 없이 살아갈 수 없으면서 로봇을 파괴하는 운동”을 하는 인간의 모순에 대해 명확하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