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2023년 신년사에서 일제히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나타났다.
○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2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혹한기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올해 (경영 환경이)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각심을 가지고 도전정신으로 적극 대처해 가겠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마지노선’을 구축하고 마음을 놓았던 프랑스가 독일의 우회 전술에 당했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며 “우리 마음속에도 마지노선이 있어 풍전등화의 현실에도 안도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위기일수록 내실을 탄탄히 다지고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크게 느껴지지만 위기를 잘 이겨낸다면 더 큰 기회가 다가온다”며 “거센 파고를 넘는 내실경영을 하되 따라올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성장 엔진의 ‘피벗’(전환)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함 회장도 “위기 속 성장의 기회를 찾기 위해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3월 퇴임을 앞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변화하면 살아남고 안주하면 사라진다”는 의미의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를 강조했다. 조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와 혁신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도 과거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미래로 가고자 하는 결단”이라고 했다. 얼마 전 전격 용퇴를 결정하며 진옥동 차기 회장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도 변화를 위한 세대교체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대출 부실 우려, 건전성 관리해야”
주요 은행장과 증권사 사장들은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고객 및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취약 대출자의 건전성 악화와 소상공인, 한계기업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건전성을 촘촘히 관리하고 도움이 필요한 고객에겐 적절한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일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취임사에서 “손님과 현장에 집중해 영업 차별화를 실현하자”고 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올해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을 예상한다”며 “고객이 올바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불편과 요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모두가 피부로 체감하듯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시장 유동성은 사라졌다”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금융규제 혁신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일 ‘2023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전념해 낡은 관행과 규제를 과감히 혁신하겠다”고 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플랫폼 역량을 확대하고 다른 업종과 제휴 및 투자에도 적극 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정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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