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수 4개 분기 연속 상승
잇단 금리인상에 상환액 커져
전문가 “서민부담 줄여줄 정책을”
3년 전 주택담보대출 3억7000만 원과 신용대출 등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 신혼집을 마련한 회사원 이모 씨(34)는 최근 부쩍 늘어난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치곤 한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초기만 해도 금리가 2% 후반대였는데, 최근 6% 중반대까지 오른 탓이다. 이 씨는 “원리금 부담이 점점 커져 매달 월급의 60% 이상이 원리금 상환에 쓰인다”며 “그동안 월급이 올랐지만 생활 수준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출을 끼고 중간 가격대의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매월 가구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빚을 갚는데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으로 주택 가격은 하락했음에도 대출 이자가 가파르게 오른 탓에 주택 구입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는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새롭게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으로,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1년 12월 말(83.5) 사상 처음으로 80을 넘긴 뒤 지난해 3월 말(84.6), 6월 말(84.9)에 이어 최근까지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입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이 가구 소득의 약 25%를 차지할 때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00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9월 말 214.6으로, 6월 말(204.0)에 비해 10.6포인트 급등하며 역시 역대 최고로 올라섰다. 서울에서 중간소득의 가구가 중간가격의 주택을 마련하려면 소득의 54%를 주담대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뜻이다. 2013년 3월 말(94.8) 100 이하였던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장기간의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집값 상승으로 급등해 지난해 3월 말(203.7) 이미 200 선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서울 기준으로 주택구입부담지수 130∼140(소득 중 주담대 원리금 상환 비중 33∼35%) 정도를 무리 없이 주택 구매가 가능한 마지노선으로 본다. 서울에 이어 세종(134.6), 경기(120.5), 인천(98.9), 제주(90.9) 순으로 부담지수가 높았다.
주택 가격이 하락세임에도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진 것은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주담대 금리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2.88% 수준이던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1월 4.74%로 1.86%포인트 치솟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주담대 보유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6%로 3년 6개월 만에 다시 60% 선을 돌파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주택 구입자들의 부담이 소비 위축 등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한은의 신중한 통화정책이 필요하고,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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