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서울 강남구 대청중학교 1학년 교실. 이승하 군(14)은 친구들이 인공지능(AI) 작곡 앱 ‘뮤지아’(뮤직+AI)를 활용해 만든 노래를 들으며 음악 수업에 빠져 있었다. 이 군은 “학원 숙제하다가 힘들면 노래를 만들고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며 웃었다.
학생들은 태블릿PC로 뮤지아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작곡했다.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뮤지아 사이트에서 화음(코드)을 눌러보며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만들어지면 이를 음성 편집·처리 사이트인 ‘밴드랩’으로 옮긴 뒤 악기음 추가, 음역대 조절 등을 거쳐 곡을 완성했다.
AI를 수업에 도입한 음악교사 강봉정 씨(32)는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에서 학생들이 음악에 흥미를 갖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가 2017년 제자들과 창업한 AI 음악 기술 기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에 도움을 요청했다. 강 씨는 “학생들에게 일단 ‘성에 차는 곡’을 만드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곡을 만들며 흥미를 느끼면 이론적 지식도 더 쉽게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학기의 마지막 음악 수업이 진행된 이날, 이 반 학생 31명이 지난해 10∼12월 만든 곡에 대한 품평회가 열렸다. 투표를 통해 가장 좋은 곡으로 꼽힌 통통 튀는 멜로디의 곡 ‘수행평가’(김서준 군)가 흘러나오자, 학생들은 “노래가 밝은 성격의 서준이를 닮았다. 즐겁고 신날 때 듣고 싶은 노래”라며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었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안 교수는 ‘AI 작곡 기술의 유용한 점’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선호가 모여 AI 작곡의 모티브가 된다”며 “AI의 역할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순식간에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사람이 더 고차원적 작업을 하거나 개인의 취향을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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