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발레협회상 대상을 받은 유병헌 예술감독(60·사진)은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최장수 예술감독이다. 중국 지린예술학교와 베이징무용대를 졸업한 후 중국 국립중앙발레단,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아카데미에서 무용수들을 지도했다. 2008년 UBC 예술감독이 된 그는 올해로 15년째 UBC의 안무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UBC의 연말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한창이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수상에 대해 재중동포인 유 예술감독은 “한국에서 활동한 25년의 세월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고 했다.
그가 UBC와 인연을 맺은 건 한중 수교 이전인 1989년. 모교인 베이징무용대에서 발레 마스터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중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맞았다. 학교가 무기한 휴교에 들어가며 한국에 오게 된 그는 3년가량 UBC 무용수로 무대에 섰다.
“그때만 해도 한국 발레의 수준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어요.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은 발레 수준이 높았죠. 최근 20년간 한국 발레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세계 유명 발레단 중 한국인 무용수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예요.”
그의 대표작은 2007년 초연된 UBC 창작 작품 ‘발레 춘향’이다. 초연부터 ‘발레 춘향’의 완성도가 높았던 건 아니다. “음악과 동작이 따로 논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 후 수년간 ‘발레 춘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 헤맸다. 마침내 악보조차 구하기 어렵던 차이콥스키의 ‘맨프레드 교향곡’을 발견했다.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공연을 본 후 관객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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