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癸未年) 8월 10일 대왕년(大王年) 남제왕(男弟王)이 오시사카궁에 있을 때 사마(斯麻·무령왕의 이름)가 장수를 염원하면서(念長寿)….”
일본의 국보인 청동거울 ‘인물화상경(人物畵像鏡·사진)’에는 이 같은 내용의 48개 글자가 원형으로 새겨져 있다. 고대 일본 천황을 신주로 모시는 스다하치만 신사에서 1800년대에 발견된 것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년)이 계미년인 503년 일본 게이타이(繼體) 천황(재위 507∼531년)에게 보낸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현 일본 왕실의 직계 조상으로 평가되는 게이타이 천황이 무령왕의 친동생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홍성화 건국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27일 동아시아비교문화연구회와 동아시아고대학회가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연 학술대회 ‘백제와 동아시아의 대외관계’에서 “인물화상경에 나온 남제왕은 무령왕의 동생인 동성왕”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청동거울의 ‘미년’ 앞 글자가 십간의 ‘계’가 아닌 어조사 ‘矣(의)’라고 봤다. 글이 십이지인 ‘미년’으로 시작해 어조사(의)로 끝난다는 것. 또 기존에는 ‘목숨 수(壽)’의 약자(寿)라고 봤던 글자도 ‘받들 봉(奉)’자로 해석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그는 해당 글이 “기미년(己未年)인 479년, 백제의 삼근왕이 사망하고 동성왕이 즉위(11월)하기 전인 8월 10일에 무령이 일본에 체류하던 동성에 대한 왕위계승권을 인정하면서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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