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상영관 관객 논란
“냄새 싫다” 음식 금지 요구에도
“매점선 잡채밥 팔아” 반론 거세
극장측 “개인 에티켓” 제재 안해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3D관에서 일명 ‘초장 사태’가 벌어졌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러 온 한 관객이 회를 가져와 초장에 찍어 먹으며 관람하는 바람에 초장 냄새가 상영관에 진동한 것. 문제의 관객이 “쩝쩝” 소리까지 내며 요란하게 회를 먹는 바람에 “역대급 ‘관크(관객 크리티컬·관람을 방해하는 무례한 행위)’를 당했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화제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관 안에서 어떤 음식까지 취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도 달아올랐다.
● “팝콘 냄새도 싫다” vs “매점에서 잡채밥도 파는데”
현재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강한 냄새로 영화 관람 시 다른 고객에게 방해가 되는 품목은 취식 후 입장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다. 실제로는 외부 음식 반입 및 취식에 별다른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권고에 따라 2008년부터 영화관 내에 매점에서 파는 것뿐 아니라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해졌다.
상영 전 관람 에티켓을 알리는 영상에서도 휴대전화 사용 자제나 앞자리를 발로 차지 말아 달라고 안내할 뿐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관람 에티켓 영상에 ‘하지 말라’는 내용이 많은데 음식 제한 내용까지 추가하면 영화를 즐기러 온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불쾌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장 사태’를 계기로 일부 관객들은 상영관 내 음식 반입을 제한해 달라고 적극 요구하고 있다. “팝콘 냄새도 너무 강해 관람에 집중할 수 없다”는 관객도 꽤 된다. 이들은 아예 음식 자체를 반입할 수 없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극장 측은 신중한 분위기다. 영화관 매점에서 냄새가 강한 음식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CGV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점에서 ‘떠먹는 잡채밥’을 판매하고 있다. 과거에도 식품업체와 손잡고 ‘불닭컵치밥’ 등 냄새가 강한 음식도 이벤트성으로 판매했다. ‘상영관 밖에서 음식을 먹고 입장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지만 상영관 안으로 갖고 들어가도 딱히 제재하지는 않는 실정이다. 또 다른 영화관 관계자는 “영화관 매점에서 여러 음식을 파는 만큼 냄새가 강한 음식의 반입을 제한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며 “영화관 내 취식 품목은 관객 개개인이 에티켓과 상식에 따라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 “음식 반입 안 되는 상영관 분리” 요구도
‘초장 사태’ 같은 일이 상영 중에 발생하더라도 영화관 측이 해당 관객을 제재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있다. 영화관 직원이 상영 중 들어가 관객의 행동을 제재하는 것 자체가 다른 이들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가박스는 ‘초장 사태’ 당시 항의하는 관객 2명에게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돌비시네마에서 3D 영화를 볼 수 있는 2만4000원 상당의 관람권을 각각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일부 관객들은 강한 냄새의 기준도 모호하므로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영관’과 ‘음료 외에는 취식이 안 되는 상영관’을 분리하자고 제안한다. 외부 음식 반입을 막을 수 없다면 관객 성향에 따라 상영관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 걸 막거나 취식 제한 품목을 일일이 정하는 건 어렵다”며 “쾌적한 관람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예매 애플리케이션에 관련 공지 사항을 넣는 등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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