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경찰청장도 주말이면 음주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5일 21시 30분


경찰관은 휴무일 또는 근무시간 외에 2시간 이내로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소속 경찰기관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에 들어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밤 충북 제천에서 월악산 등반을 한 뒤 머물렀다는 캠핑장이 어딘지는 모른다. 다만 네이버 길찾기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장 가까운 그 지역 캠핑장을 찍어 봐도 자동차로 평일 오후 1시 기준 2시간 20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이 규정이 경찰 내에 더 이상 상급자가 없는 경찰청장에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규정의 취지로 봐서 경찰청장은 쉴 때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2시간 이내 복귀 지역에 있으려 노력해야 한다. 윤 청장은 자신의 관할 범위는 전국이므로 자신이 근무 지역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청장이 업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등산한다고 먼 곳까지 갔으니 말이 나오는 것이다.

▷윤 청장은 캠핑장에서 지인들과 음주를 하다 참사 발생 시점으로부터 45분이 지난 밤 11시경 참사 사실도 모른 채 잠이 들었고 이후 경찰청 상황실의 전화를 2차례나 놓친 뒤 다음 날 0시 14분에야 참사 사실을 알았다. 그는 그제 국회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에서 음주를 추궁하는 의원에게 “청장도 주말 저녁이면 음주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요점은 음주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나 마셨냐는 것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에는 공무원은 근무시간이 아닌 때도 항상 소재 파악이 가능하도록 연락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은 경찰청 상황실이 청장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연락을 받으면 응답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음주로 깊이 잠든 탓에 상식적으로 적절한 시간 범위 내에서 응답하지 못했다. 그 자체로 징계감인데도 그는 아직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도 않았다.

▷미국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에 따르면 미국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표준 음주 2잔 이내가 적절한 양이다. 표준 음주 1잔은 맥주로는 340cc로 캔 맥주 1개에 해당하고 양주로는 43cc로 21도 소주 1잔을 약간 넘는다. 2잔 초과는 과음이다. 과음 상태로라도 제때 응답을 했으면 모르겠으나 응답도 못 했으면서 음주할 권리 운운하는 걸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다. 참사 사실을 먼저 안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찾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경찰청장은 쉬든 자든 대통령의 전화에 늘 즉시 응답 가능한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관#경찰청장#주말#음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