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남들은 어떻게 살까. 새해가 열리니 미래와 현재와 과거에 대한 생각, 사회에서 나의 위치에 대한 상념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이럴 때 우리는 ‘평균’에 곁을 내주곤 했다. 반 평균 점수에 비해 내 점수는 어떤가, 한국인 평균 소득에 비해 우리 가족은 얼마나 버는가…. 평균에는 우리를 안심하게 하는 힘이 있다. 평균 점수, 평균 소득, 평균 수명, 평균 IQ…. 평균은 넘어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기준’이자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이고, 집단 속의 객체를 파악하는 ‘대푯값’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평균의 지위가 위태로워 보인다. 평균이 집단을 대표하는 값으로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모집단이 정규 분포를 이뤄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분포의 정규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가장 주목할 트렌드 키워드가 바로 ‘평균 실종’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양극화 현상’. 상품 시장에서는 한때 붐을 이룬 ‘매스티지(masstige)’ 전략이 외면 받는다. 매스티지는 품질은 명품에 준하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대중적 명품 브랜드’ 전략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소비자의 선택은 초고가의 명품, 아니면 초저가 가성비 시장의 양극단에 몰린다.
구성원의 취향이 개별적으로 다양해지는 ‘N극화 현상’도 의미심장하다. 최근 출판계의 잡지 부활 소식이 좋은 예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4931종이던 잡지 종류는 5636종(2021년)으로 15% 가까이 늘었다. 깊고 좁게 하나의 주제를 탐구하는 콘셉트의 잡지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정보 허브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극화 현상’이 있다. 블랙홀처럼 한 곳으로 모두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발달이 추동한다. 지난해 카카오 서비스 장애는 하나의 플랫폼에 얼마나 쏠림이 심한지 단극화의 무서움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소비 트렌드 연구자로서 근년의 변화는 무서울 정도다. 양극·N극·다극의 사회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졌던 무난함, 적당함이라는 수식어는 곧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함을 의미한다. 이제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사고, 다수가 좋아하는 대중적인 상품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 교육 분야에서 ‘평균주의(averagarianism)’의 허상을 지적한 토드 로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사람들을 정규 분포상의 한 점으로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 ‘개개인성(Individuality)’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격동의 새해에 트렌드 연구자로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다음과 같다. 평균으로 상징되는 보통의 전략에 안주하지 말라. 소수의 집단에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초다극화 전략,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승자독식’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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