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문제의 대책으로 일본의 ‘도키와다이라(常盤平)’식 해법이 잘 알려져 있지만 거긴 자치회장을 중심으로 한 주민 간의 끈끈한 연대가 있어 가능했던 거예요. 무턱대고 일본을 따라 ‘커뮤니티를 되살리자’는 식의 정책으론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고독사 담론을 비교 연구하는 일본 규슈대 한국연구센터의 오독립 학술연구원(43·사진)은 8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도키와다이라’는 일본 지바(千葉)현 마쓰도(松戸)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1960년대 약 5000가구가 입주해 젊고 수입이 비교적 높은 이른바 ‘단지족’의 터전이 됐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로 접어들자 주민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됐다. 단지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는 이가 많아지자 주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자치회장을 중심으로 ‘고독사 제로 작전’을 펼쳤다. 열쇠점, 신문판매점 등과 협력해 긴급 연락망을 구축했고, 쉼터인 ‘이코이(휴식) 살롱’을 열어 사람들이 모이도록 했다. 이런 자구책은 2007년 커뮤니티 재활성화를 골자로 한 일본 후생노동성의 ‘고립사 방지 추진 사업’의 모델이 됐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독사 대책도 이 같은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의 연결망을 촘촘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오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최근까지 일본 내 고독사는 꾸준히 증가했다”며 “주민 간 관계 맺기를 강조하는 고독사 대책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도 감찰의무원 자료에 따르면 도쿄 내 고독사는 2020년 6096명으로 2003년(2861명)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오 연구원은 “일본에선 혼자 맞는 죽음을 대비하는 ‘슈카쓰(終活)'나 고독사 뒤처리를 부탁하는 내용을 담은 ‘엔딩노트’가 유행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죽음을 막는 것’에 초점을 뒀다가 실패한 일본의 고독사 대책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1인 가구에 대한 안정적인 생애주기별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1인 가구라도 65세 이상은 고령자 대상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지만 중장년층은 사업 실패 등을 겪으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립되기 쉽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최근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불황으로 복지 지출을 줄여야 했기에 커뮤니티 중심의 고독사 대책을 강조해왔던 것입니다.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중장년층을 적극 찾아내야 고독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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