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차량을 개조했는지 방법을 가르쳐 달라거나, 해돋이 행사 등에 배치하고 싶다며 차량을 대여해줄 수 없느냐고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부산 광안리해변에서 열린 부산불꽃축제에서 이른바 ‘DJ 폴리스’로 알려진 ‘혼잡안전관리차량’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치한 부산경찰청 박동석 경비계장(53).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혼잡안전관리차량이 대규모 인파 관리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자 전국 경찰청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잇달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DJ 폴리스는 경찰관이 2m 높이 승합차에 올라 대규모 행사장에서 많은 인파가 집중되지 않게 방송하며 안전 관리를 하도록 개조된 차량이다. 부산불꽃축제는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약 70만 명의 인파가 몰렸음에도 1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혼잡관리차로 대표되는 경찰의 강화된 인파 관리 시스템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계장은 “마이크를 든 경찰이 ‘빨간 점퍼 입은 남성분, 사진 찍지 말고 천천히 이동해 주시겠어요’라고 하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웃으며 즉각 안내에 따랐다”며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는 것이 인파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계장은 “처음 배치되는 ‘DJ 경찰’의 안내방송 방식을 정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고도 했다. 그는 “실제 DJ처럼 재치 있는 멘트를 하도록 입담 연습에 나섰고, 부산 사투리 방송을 하는 것도 고려했다”면서도 “이태원 참사 후 첫 대규모 행사인 만큼 딱딱하더라도 경찰 본연의 임무에 맞게 안내 방송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경비 장비의 개발과 보급 업무는 통상 경찰청 본청이 맡는다. 하지만 박 계장은 독자적인 혼잡관리차의 개발을 위해 동료들과 힘을 모았다. 그는 “부산불꽃축제를 한 달 앞두고 승합차 개조를 시작했다”며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방송이 가능한 앰프, 무선마이크,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등을 차량에 설치하는 데 3400만 원이 투입됐다”고 했다.
이렇게 개발된 혼잡관리차는 일본의 DJ 폴리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박 계장의 설명이다. 박 계장은 “높은 곳에서 눈에 보이는 가까운 곳만 통제하는 일본의 DJ 폴리스와 다르게 혼잡관리차는 수백 m 떨어진 먼 곳의 혼잡 상황까지 체크해 효율적으로 인원을 분산시킨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산경찰청 지휘부는 행사장 주변의 인파 상황을 무전으로 실시간 알렸고, ‘DJ 경찰’이 이를 파악해 덜 붐비는 쪽으로 안내하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런 시스템은 지난해 9월부터 경찰이 부산시의 ‘스마트 빅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그동안 경찰은 교통정보 폐쇄회로(CC)TV 400여 대만 활용해 왔다. 태풍 ‘힌남노’ 이후 재난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며 부산시를 설득해 시가 관리하는 약 1만3300대의 CCTV 정보의 활용 권한을 얻었다. 대로변만 살피던 경찰이 골목 구석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계장은 “태풍과 홍수 등 재난 상황과 대규모 공연 등에만 이 정보를 쓸 수 있기에 경찰의 민간인 감시 강화 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박 계장은 혼잡관리차가 국민에게 널리 사랑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여전히 일본의 ‘DJ 폴리스’로 명명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시민 의견을 수렴해 더 친근한 명칭으로 이름이 붙여지게 하는 방안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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