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나 화성 등 우주 현지 자원으로 물, 산소, 건축자재, 발사체 연료 등 필요 물자를 생산하는) 우주 현지자원활용(ISRU) 기술 현실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032년 발사 예정인 한국 달 착륙선에 달 자원 탐사 장비를 실어 보낼 계획입니다.”
4일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자원연) 본원에서 만난 김경자 책임연구원의 포부다. 그는 지질자원연이 올해 신설한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을 맡았다. 국내 최초 우주자원 개발 전담 연구조직인 우주자원개발센터는 ISRU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김 센터장은 “지질자원연이 약 100년간 축적한 자원탐사 연구 역량을 우주에 적용해 한국이 ISRU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ISRU는 인류의 우주탐사에 필수적 기술이다. 탐사에 필요한 물자를 지구에서 우주로 직접 보내는 대신 현지에서 자급자족하면 우주탐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실제로 2025년 달에 인류를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달에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ISRU를 명시하고 있다. 달에 존재하는 얼음이나 메탄을 우주인 생존과 연료에 활용하고 달의 표면 흙인 월면토를 활용해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우주 자원을 지구로 갖고 오는 것도 ISRU에 포함된다. 김 센터장은 “핵융합 연료로 쓰이는 헬륨-3나 희토류, 티타늄 등 광물자원이 소행성 충돌로 달에 쌓여 있다”며 “지구상에서 광물자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ISRU 기술력을 높여 경제성을 갖춘다면 달 자원을 지구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이 달 자원 지도를 그리며 달의 어떤 곳에 채굴 기지를 세울지 전략을 세우는 등 우주자원 전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우주 자원은 ‘찾으면 임자’ 개념으로 선점유자에게 개발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ISRU 기술 수준은 지도 작성 같은 자원 탐사에 머물러 있다. 달 토양을 지구로 갖고 와 분석한 몇몇 사례가 존재할 뿐 현지 활용이나 지구로 운반해 활용한 사례는 없다. 선두 주자 격인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ISRU 기술성숙도(TRL)조차 7단계 이하라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TRL은 기술의 성숙도를 따지는 지표로 9단계까지 존재한다. 7단계는 실용화 단계로 실제 환경에서 성능 검증이 이뤄지는 단계이며 8단계는 시제품 제작, 9단계는 기술 실현 단계다.
예를 들어 ISRU를 실현하려면 얼어붙은 땅을 녹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동토 가열기술’이라 불리는데 아직 뚜렷한 기술 발전이 없다. 해외 연구팀은 레이저나 열선을 활용하는 등 여러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지질자원연 연구팀은 토치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동토 가열기술을 포함해 ISRU 기술만 먼저 개발하면 개발권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ISRU TRL을 2025년까지 8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김 센터장의 예상이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사전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에 김 센터장 연구팀이 개발한 감마선 분광기를 실었다. 분광기는 달 표면에서 생성되는 감마선을 측정해 표면의 원소 구성을 알아낸다. 다누리의 분광기는 내달부터 달 원소 지도를 작성해 달 자원의 위치를 알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센터장은 “달 자원 탐사 추출기를 개발해 2032년 발사 예정인 한국 달 착륙선에 실어 보내겠다”며 “나사, 유럽 우주국(ESA)과 협력해 2025년 전후로 시기를 더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인이 반대로 외계인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며 “2030년대가 되면 우주 현지 자원 활용이, 2040년대가 되면 지구로 우주 자원을 가져오는 게 현실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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