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에서 지방 부활로]
美는 낡은 빌딩을 아파트로 개조
쇠락하던 버펄로 구도심 되살려
3일 일본 중서부 도야마(富山)시. 관문 격인 신칸센 도야마역을 나서면 도시 곳곳을 잇는 노면전차(트램) 정차장이 바로 나온다. 트램을 타면 10여 분 만에 ‘그랜드플라자 앞 역’에 도착해 도야마시 최대 번화가인 ‘소가와(總曲輪)’ 상점가에 갈 수 있다. 지역 백화점인 다이와백화점과 로컬 상점 등이 어우러진 강소상권으로 꼽힌다. 도쿄에서 신년 연휴를 맞아 고향에 왔다는 레이나 씨(20)는 “도쿄에 더 크고 화려한 곳이 많지만 여기가 최고”라고 했다.
작지만 세련된 소가와는 20년 전만 해도 인구 감소로 쇠락하던 구도심 상점가였다. 도야마시는 당시 대중교통이라고는 낡은 시내버스와 1시간에 1, 2대만 다니는 단선 전철이 전부인 전형적인 자동차 의존 도시였다. 인구는 41만 명에 그치지만 면적(1241km²)은 서울(605.2km²)의 2배 이상으로 넓어 인프라를 무작정 확충할 수도 없었다.
도야마시는 대중교통망을 재편해 거주, 상업 등 도시 기능을 압축한 ‘콤팩트 시티’에서 해답을 찾았다. ‘거주 추진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을 모으고 각 지역을 대중교통으로 연결하는 ‘도시 압축’으로 다시 사람이 북적이는 도시로 만들 수 있었다.
우선 2006년 옛 국철 철도를 개조해 도야마역과 북쪽 도야마항을 잇는 트램 노선(7.6km)을 개통했다. 2009년엔 도심 순환선 전철(3.4km)도 개통했다. 트램 역과 도심 버스 정류장 등을 중심으로 13곳을 ‘거주 추진 지역’으로 지정해 이곳에 집을 사면 지자체가 30만∼50만 엔(약 300만∼500만 원)의 보조금을 줬다. 인구 밀도가 줄면 도로, 하수도 등의 유지관리비가 늘고 운전 못 하는 노인 생활에 지장이 커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시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인구 중 28%가 거주 추진 지역에 살았지만 2019년에는 이 비율이 38.8%로 증가했다. 도야마시는 2025년까지 이 지역 거주율을 4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뉴욕주 버펄로시는 유연한 도시계획과 집중 투자로 구도심을 되살린 사례다. 버펄로시 캐널사이드의 주상복합 아파트 ‘세네카 원 타워’는 1972년 지어진 지역 은행의 40층짜리 본사 건물이었다. 2014년 부동산개발회사가 이 건물을 사들여 115채 규모 아파트, 대형 체육관, 푸드코트를 갖춘 복합빌딩으로 탈바꿈시켰다. 인근에 아이스하키 링크장, 대형 호텔 등이 들어선 데 이어 현재 어린이박물관 등 건물 3곳이 건설되고 있다.
도심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며 2020년 버펄로의 인구수는 7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1만여 명 증가했다. 오래된 호텔과 병원 등이 임대료가 합리적인 아파트로 바뀌자 교외에서 도심으로 이사 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도야마 시장을 지낸 모리 마사시(森雅志) 도야마대 객원교수는 “과거의 도시 정책으로는 시가지가 밖으로 퍼져 대중교통 쇠퇴, 도심 공동화에 따른 행정비용이 커진다”며 “인구 감소엔 콤팩트 시티처럼 기존 발상을 전환하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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