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매 맞는 남편 위한 보호소 생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9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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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실태조사가 전국 단위로 시행된 첫해인 2004년 연구자들은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최근 1년간 아내의 폭력을 경험’한 남성이 10명 중 3명꼴(32.6%)로 집계된 것이다. 남편의 폭력을 경험한 아내는 37.3%였다. 이 조사는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3년 주기로 하는데 15년 후 조사에선 배우자의 폭력을 경험한 남녀 비율이 26% 대 28.9%로 성별 격차가 더 좁혀졌다.

▷아내가 남편에게 가하는 가장 빈번한 폭력은 ‘통제’와 ‘정서적 폭력’이다.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귀가 시간을 허락받게 하고, 본가 사람이나 친구와 못 만나게 하고, 누구와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는지 감시하는 행동이 통제의 폭력이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 욕을 하고, 남편의 물건을 부수고, 남편이 아끼는 반려동물을 해치겠다고 위협하는 행동이 정서적 폭력이다. 가정폭력을 처음 경험하는 시기는 대개 결혼 5년 이후로 여성보다 늦지만, 결혼 전 사귈 때 처음 폭력을 경험하는 비율은 여성보다 높다.

▷성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남편은 100명 중 1명이 넘는다(아내는 100명 중 6명이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촬영해 동의 없이 공개하는 식이다. 때리고 밀치고 꼬집고 차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고 흉기로 위협한다. 어떤 집은 장모까지 가세해 피해를 키운다고 한다. 남자가 왜 약한 여자에게 맞고만 있을까. ‘오죽 남자가 못났으면’ 싶어 수치스럽고, 아이들 생각해서 참는다. 때리는 아내를 말리려다 몸싸움이 나 경찰이 오면 남자가 불리하다. 아내가 때리기 전 남편이 먼저 주먹을 휘두른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로 부부가 집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폭력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가정폭력상담소 128곳에 접수된 상담 건수가 2021년 하루 평균 722건이었는데 지난해엔 750건으로 늘었다. 상담 건수 10건 중 3건은 피해자가 남성이다. 아내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온 남성들은 모텔을 전전하거나 노숙자 보호시설을 찾는다고 한다. 여성가족부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남성을 위해 첫 전용 보호시설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우자 폭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가해자는 남녀 모두 상대방에 극도로 의존적이고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성은 부모에게서 신체적 학대를 받은 경우가, 여성은 부모 사이에 심각한 폭력을 목격한 경우가 많다. 이들도 자녀 앞에서 서로 욕하고 때린다. 폭력은 대물림되는 것이다. 그러니 부부는 명심해야 한다. 아름다운 거리 유지하기. 아내를, 남편을 꽃으로도 때리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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