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광주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북한 무인기 침공 사태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안방 여포’라고 비판했다. ‘안방 여포’, 또는 ‘방구석 여포’는 자기 집 안에서만 큰소리치는 사람을 삼국지 속 여포에 빗대 부르는 인터넷 용어다. 이 대표는 “북한 무인기가 휴전선을 넘어 서울 인근을 7시간이나 비행했는데 우리 군이 격추하지도 못하고 되돌아갔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당일 NSC를 열지 않고 그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린 것에 대해 ‘입만 살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민주당 ‘안방’으로 내려가 ‘안방 여포’를 운운하던 그날, 서울 국회에선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군 수뇌부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기 위해 여야가 모처럼 합심해 만든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는 이 대표를 제외한 여야 국방위원 전원이 출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청가(請暇·의회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미리 불참 사유와 기간을 적어 제출하는 것)를 냈으니 무단 결석자는 이 대표뿐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의에선 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매서운 질타부터 대북 규탄 결의문 채택 및 북한 무인기 대책 소위원회 구성을 통한 예산 확보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 국회 차원의 대응책을 강구하자는 자리에 정작 원내1당 대표가 불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달 5일 야당 국방위원들의 무인기 사태 관련 국군 수도방위사령부 현장 점검에도 불참했다.
“이 대표도 국회 밖에서 떠들 게 아니라 국방위에서 제대로 지적하고 대책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의 최측근 의원은 “그것도 방법이었겠다. 미처 거기까진 생각 못 했다”고만 답했다.
사실 이 대표가 상임위에 무단결석한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참여연대의 ‘열려라 국회’ 사이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후 17번 열린 국방위 회의(국정감사 포함) 중 7번만 참석했다. 출석률 41.18%로, 같은 기간 다른 국방위원 평균 출석률(95%)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다. 당 대표라 상임위 활동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같은 당 박홍근 원내대표(외통위·92.31%)나 국민의힘 지도부(정진석 비대위원장·외통위 83.32%, 주호영 원내대표·정보위 77.14% 등)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동료 의원들도 그의 불성실함에 불만이 적지 않다. 민주당 소속 한 국방위원은 “아무리 당 대표라 해도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는 국회에서 일하는 건데 이 대표는 자신이 국회의원인 걸 망각한 것 같다. 이전 당 대표들도 이렇겐 안 했다”고 했다. 여당 국방위원도 “지난해 11월부터 전체회의에 한 번도 안 나온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안방 여포’를 운운하나”라고 했다. 이렇게 상임위를 내팽개칠 거였으면 이 대표가 굳이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할 이유도 없었다. 원외여도 당 대표는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니 ‘이재명 방탄 국회’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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