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는 3년 차, 6년 차, 9년 차에 위기가 온다는 말이 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업무와 대인관계 등으로 인해 3년 단위로 이직이나 전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 것이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 도배를 시작한 지 만 3년이 조금 지난 내게도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지난 3년 동안은 ‘도배 기술자’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익숙한 기존의 팀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할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지, 혹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일하면 몸도 마음도 편하다. 새로운 사람이나 장소, 작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큰 노력 없이도 하던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 된다. 이미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 열심히 배우고 있는 후배들과 함께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를 통한 성장이나 발전은 없을 것이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기존의 팀을 나와서 독립적으로 팀을 꾸려 아파트 한 동을 책임지고 작업하는 것이다. 부담감과 책임감은 늘어나지만 비교적 익숙한 환경이기 때문에 적응이 쉽고,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을 총괄하고 팀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이란 3년 넘게 일하던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벗어나 개인에게서 가정집이나 사무실의 도배 의뢰를 받아 작업하는 것이다.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는 다른 업무 없이 오로지 벽지를 붙이는 일에만 집중하면 됐던 것과 달리, 영업부터 소비자 상대까지 전부 내가 감당해야 한다.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상상도, 예측도 어려운 미지의 세계이다. 모든 것이 처음일 테니 어쩌면 가장 큰 배움의 기회가 되겠지만 그만큼 두렵다.
3년 전 처음 도배를 시작했던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보았다. 해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잘 알지 못하는 일에 어떤 마음으로 도전했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겨 되새겨보니 아마도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오지 않은 시간은 전부 새롭다!’
아무리 고민하고 온갖 방법을 통해 검색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결국 내가 가지 않은 길, 내가 겪어보지 않은 시간은 예측할 수도 없고 다른 누군가의 경험과 똑같이 흘러가지도 않는다. 결국 내가 직접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보고 온몸으로 겪어보아야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용기 냈던 것이 떠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모든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새롭기에 두렵고 이 두려운 마음은 당연한 것이기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두려움이 새로운 선택을 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다면 그 두려움을 떨쳐내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려움에 가로막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고 깊이 고민하고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미리 알 수도, 내 힘으로 통제할 수도 없는 새로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대감으로 도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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