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3세대 전지 개발 지연
‘넥쏘’ 후속 모델 출시 미뤄져
지난 연말 담당 임원 모두 교체
사업성 높은 ‘엑시언트’ 판매 주력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던 수소차 사업 방향을 ‘상용차’ 중심으로 조정하고 있다. 성능이 검증된 수소전기트럭 보급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 집중키로 한 것이다. 승용차 부분의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이 지연되면서 신차 개발 계획이 흔들린 것도 이 같은 전략 수정의 배경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 신년사에서 수소 사업을 비중 있게 다루진 않았다. 다만 타운홀 미팅 당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내년 사업 계획을 소개하며 “중장기적으로 수소 생태계에 대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확보하고, 수소 생산과 유통 등 밸류 체인(공급망) 전반을 구축하겠다”고 언급한 정도다. 1년 전 정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직접 “(수소가)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 분야의 동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문한 것과 대비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부문에서 세계 완성차 업체 중 선두권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글로벌 수소차 판매 대수는 총 1만8457대였다. 이 중 현대차 넥쏘가 1만700대로 58.0%를 차지했다. 2위인 일본 도요타의 미라이가 3238대(17.5%)였고, 나머지 브랜드 중에는 1000대를 넘긴 차종이 없었다.
특히 상용차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의 상용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앞세워 사실상 시장을 직접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국내에도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수소 사업 브랜드 에이치투(HTWO)를 통해 독일 파운그룹 자회사 엔지니어스에 상용차 양산을 위한 수소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비슷한 시기 이스라엘 시장 진출도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기술력, 양산 능력, 성능 검증 등을 모두 끝마친 유일한 완성차 업체”라며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회사들의 견제가 있지만 단기간 내 뒤집기 어려운 수준의 격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2027년까지 수소 충전소 의무 설치 간격을 150km에서 100km로 강화한 점, 미국 정부의 95억 달러 규모 수소허브 건설 계획 등 정책 환경도 현대차에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관련 사업 계획을 전면 재편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통해 그동안 수소 사업을 담당해 온 부사장급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과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을 모두 교체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수소 사회 미래상을 제시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내구성과 출력을 강화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2023년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개발에 난항을 겪으며 수소 관련 로드맵 전체가 3∼4년 정도 늦춰졌다. 넥쏘 후속 모델 출시 시점도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수소 사업과 관련해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전기트럭은 사업성이 높고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양산과 보급에 집중하되, 승용차는 상품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우선 집중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에서 성과를 내면서 수소 승용차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도 이러한 전략 수정의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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