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강조하며 가치 키우던 전략… 고금리-투자시장 경색에 변화 필요
매출-거래액에만 신경 썼다면 이젠 인건비-임대비 등 점검 시급
과감한 변화로 손익분기점 당겨야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는 2015년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출시해 2021년 매출 3038억 원을 기록하는 등 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실시간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존 라이더의 문제를 해결해준 차별화된 서비스로 라이더와 기업 고객 모두의 호평을 끌어냈다. 누적 투자 금액 1762억 원을 기록하면서 물류 스타트업 최초의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매월 80억 원에 가까운 투자액이 고스란히 비용으로 소진되는 구조가 결국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대표이사 등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360억 원에 가까운 긴급 자금을 대출받았지만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현재 경영권 매각 등을 포함한 사업 조정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금리 인상으로 투자 시장이 경색되면서 스타트업들의 자금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메쉬코리아나 역시 최근 경영난을 겪은 오늘식탁, 왓챠 등 일부 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창업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2년 12월 2호(359호)에 실린 ‘위기에 내몰린 스타트업’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투자 통한 ‘J커브’ 전략의 함정
그동안 스타트업은 거의 예외 없이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고속 성장을 추구해왔다. 과거의 창업자들이 초기 종잣돈을 토대로 시행착오를 거쳐 차근차근 기업을 키워나갔던 반면 오늘날 많은 창업자들은 투자 유치를 통해 빠르게 규모를 키워 시장을 선점하는 길을 택했다.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VC) 등을 합쳐 약 2000개의 투자 기관이 존재하며, 유튜브에 스타트업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투자 유치 전략에 대한 강의가 쏟아지는 시대가 됐다. 이런 환경 또한 창업가로 하여금 회사를 성공적으로 키우려면 투자를 받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지속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J커브’의 성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지고 후속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성장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은 마케팅비나 인건비 등으로 투자금을 1년 안팎에 다 써버리더라도 후속 투자가 무리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적자로 인해 손익계산서와 재무제표가 엉망이 되더라도 서비스 지표가 성장하면 이 지표가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근거가 됐다. 이에 창업가들은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마케팅 비용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월간 활성 이용자 수, 거래액 등의 지표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면서 기업 가치를 불려 나가고자 했다. 그런데 시장 환경의 변화로 투자자들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투자자들이 이제는 손익분기점을 언제,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를 스타트업에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그동안 성장을 목적으로 쏟아부었던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이 이제는 기업 생존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 필요
비즈니스 사이클을 이길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창업자들은 달라진 시장 환경을 받아들이고 이를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먼저 회사의 재무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이전에는 매출과 거래액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비용을 점검해 볼 때다. 회사의 고정비와 변동비는 얼마이고, 기성 기업과 비교해 규모가 적정한지를 검토해야 한다. 스타트업 경영자들 중에 의외로 자기 회사가 어떤 비용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비용 구조를 파악하고 현재 사업을 유지하면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변동비의 경우 회사 매출에 연동된 비용이기 때문에 대개 줄이기가 어렵다. 단위당 물류비나 매출원가율 등은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다. 결국 줄일 수 있는 비용은 고정비다. 특히 과도하게 투자된 인건비는 정리 1순위다. 메타나 아마존이 각 1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을 괜히 줄이는 게 아니다. 따라서 경영자라면 언제나 비효율적인 부문을 잘라내기 위해 인원 배치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부문에 얼마만큼 인원이 필요한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필요하지 않은 인원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인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다면 그 사업은 접는 게 맞을지 모른다. 고정비가 객관적으로 서비스 혹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인건비뿐만 아니라 사무실 임차료, 복리후생비 등 생존 자체에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비용은 줄여야 한다.
비용을 줄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매출과 외형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100명 이상 근무하던 기업의 인원이 반 토막 나고, 회사의 규모가 작아지고, 사업 분야가 축소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잠시만 버티면 예전과 같은 시대가 돌아올 것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위기가 지나간 뒤 생존한 상태로 다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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