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외교비자로 美 체류… 美정계 “독재자 피난처 안돼… 송환”
보우소나루, 복통 이유로 병원 입원
대통령궁 예술품 등 무더기 훼손… 룰라 “군부 일부 폭도와 공모” 분통
8일(현지 시간) 발생한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머물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거취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 집권 민주당 일각에서 폭동 배후로 지목받는 그를 추방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또한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브라질 정부가 요청해도 복통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 중인 그를 실제 돌려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폭동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군인 출신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가까운 군부가 대비에 소홀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 美 민주당 의원 “독재자 피난처 안 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 “브라질 정부로부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신병 인도) 요청을 받는다면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법원 또한 이날 미국에 72시간 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송환을 요청하겠다는 브라질 정부의 요구에 대한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포함해 외교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외국 정상 및 외교관은 공식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30일간 비자 갱신을 신청하지 않으면 미국을 떠나야 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이달 말까지 귀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정계에서는 그를 강제 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미국이 브라질 테러에 영향을 준 독재자의 피난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를 브라질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후임자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관례를 깨고 미국으로 왔다. 1일 취임한 룰라 대통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실상 대선 불복 메시지를 던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9일 현재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올랜도 외곽의 병원에 입원해 있다. 소셜미디어에 치료 중인 자신의 사진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 이를 감안할 때 그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면 추방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폭동으로 예술품 무더기 훼손
8일 폭동 과정에서 시위대가 곳곳에서 용변을 보고 고가의 예술품을 훼손한 사실도 드러났다. 9일 브라질 당국에 따르면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는 800만 헤알(약 19억 원)로 추산되는 20세기 유명 화가 이밀리아누 디 카발칸티의 ‘물라타스’가 곳곳에 구멍이 뚫린 채 발견됐다.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가 브라질 국왕 ‘동 주앙 6세’에게 선물한 17세기 진자시계 또한 훼손됐다. 당대의 유명 시계 제조가 발타자르 마르티노가 만들었으며 프랑스 베르사유궁의 시계와 함께 전 세계에 2개만 존재하는 희귀품이다. 플라비우 디누 법무장관은 9일 “폭동으로 현재까지 약 15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군부 일부가 폭도와 공모했다며 “(군부) 누구도 (폭동을 막는 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날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하고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다”며 룰라 대통령을 두둔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시위대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시위 참여자를 모집하는 데 소셜미디어를 활용했다며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등에 가짜뉴스 확산자의 계정 차단을 요구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또한 폭동을 지지하는 콘텐츠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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