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최고이익서 적자로 전환
LG화학-롯데케미칼도 이익 급감
SK하이닉스, 10년만에 분기 적자
자동차 업계만 ‘나홀로 호황’ 전망
국내 대표 기업들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 나란히 ‘어닝 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수출 업종의 4분기 실적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프리미엄 차량 비중 확대와 환율 효과에 힘입은 자동차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계에서 보릿고개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반도체와 전자뿐만 아니라 주요 업계의 4분기 실적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되면서 실적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7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0%, 91.2% 줄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지만, 4분기 실적 하락 폭은 예상보다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최근 1개월 내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분기 1조9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이 2012년 3월 인수한 SK하이닉스로서는 그해 3분기(150억 원 적자) 이후 10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적자 추세는 최소 올 상반기(1∼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판매가 5565억 달러(약 692조 원)로 지난해에 비해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수요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판매액은 2021년(5559억 달러) 수준으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12조 원이 넘는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낸 정유 4사도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176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전망한 실적 평균치는 6936억 원 흑자였다. 최근 한 달 사이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에쓰오일도 영업손실 84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 우려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석유제품 수요 및 정제마진 급락 여파를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침체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철강 등 중간재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LG화학은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7% 줄어든 5031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78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며 금호석유화학은 흑자(1523억 원)는 유지하지만 영업이익이 63.3% 줄어들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했다.
다만 자동차 업계는 아직까지 선방하는 분위기다.
프리미엄·친환경차 비중을 높이며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선전한 덕에 위기의 그늘이 아직은 닥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6.3%나 뛰어오른 3조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아는 98.8% 오른 2조336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점차 개선되며 4분기 판매는 3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사상 최대의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 달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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