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6억2000만달러 적자
전년 동월 대비 74억달러 이상 감소
“한국무역 구조적 적자 가능성 우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3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반도체 수출 부진, 해외여행 급증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 8월에 이어 세 번째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수출이 떠받치던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6억2000만 달러(약 7799억 원)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월보다 74억4000만 달러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1∼11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43억7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822억4000만 달러)의 약 30% 수준에 그쳤다. 12월도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한은 전망치인 연간 25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1월 경상수지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는 상품수지의 15억7000만 달러 적자가 꼽힌다. 연속 흑자를 보이던 상품수지는 지난해 7월 처음 적자로 돌아선 후 9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경기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수출(523억2000만 달러)은 전년 11월 대비 12.3% 감소한 반면 수입(538억8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억2000만 달러 늘어났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8.6%), 화학공업제품(―16.0%), 철강제품(―11.3%) 순으로 수출이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25.5%), 동남아(―20.7%), 일본(―17.8%)에서 수출이 급감했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항목인 서비스수지에서도 3억4000만 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여행자 입국 제한 완화 영향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여행수지 적자는 1년 사이 5억 달러에서 7억8000만 달러로 늘었다. 그나마 흑자를 유지하던 운송수지 흑자 규모는 4억8000만 달러로, 1년 전(17억2000만 달러)과 비교해 대폭 축소됐다.
경상수지 적자를 두고 한국 무역이 구조적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기 침체와 세계화의 후퇴 등으로 수출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때 나타나던 경상수지의 구조적 흑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수지는 적자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적자가 유지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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