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시조란 옷에 팔 하나를 끼워 넣은 것 같습니다. 아직 빼야 할 군더더기가 더 많습니다. 더 다듬고 풀 먹이고 또 다림질해 나가겠습니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0일 열린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올해 최고령 당선자인 김미경 씨(57)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씨는 “축하 인사를 받을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진다”며 “잠시 날개를 접었다가도 길을 찾아가는 새들처럼 시조의 행간 속에서 길을 찾겠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 씨를 비롯해 김혜빈(중편소설), 공현진(단편소설), 권승섭(시), 임선영(희곡), 김서나경(동화), 장희재(시나리오), 민가경(문학평론), 윤성민(영화평론) 씨까지 총 9개 부문 당선자가 모두 참석했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이들은 감사를 표했다. 장희재 씨는 “글을 쓰겠다며 서울에 올라와 만난 모든 인연에 감사하다”며 “이번에도 안 되면 어디에도 내지 않으려 했던 글을 심사위원분들이 알아봐 주셨다”고 말했다. 김혜빈 씨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 문학을 붙들었다”며 “가족 덕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현진 씨는 “(심사위원인) 오정희 성석제 선생님 두 분의 이름이 앞으로 소설을 써나가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멈추지 않고 글을 쓰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올해 최연소 당선자인 권승섭 씨(21)는 “완전한 사람이 되진 못하더라도, 온전한 상태로 시를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임선영 씨는 “작가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써나가겠다”고 했다. 김서나경 씨는 “앞으로 쓰는 글이 세상에 닿을 테니 써 보라는 격려라고 생각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성민 씨는 “활자를 겸손히 대하며 꾸준히 쓰겠다“고 밝혔다. 민가경 씨는 “오늘 제가 받은 거룩한 부담을, 희망을 쓰겠다는 다짐을, 매일 새기겠다”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은 격려사에서 “오늘 느끼는 기쁨은 한국 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책임이 부여된 기쁨이어야 한다”면서 “생명이 다할 때까지 결사적으로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오정희 구효서 소설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신수정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문학평론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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