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에 이어 프로농구 KGC도 ‘건세근’을 앞세워 ‘와이어 투 와이어’(정규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위) 우승에 도전한다.
건세근은 건강한 오세근(36·센터)이라는 뜻이다. 오세근은 중앙대 시절부터 학교 선배 김주성(44)의 뒤를 이을 차세대 빅맨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발목 수술로 프로 2년 차였던 2012∼2013시즌을 통째로 건너뛴 뒤 잔부상에 시달리느라 정상 출전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8일까지 팀이 치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26분 52초를 뛰면서 13득점, 6리바운드, 2.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30대 후반에도 통산 평균 득점(13.3점)에 근접한 득점력을 보이고 있는 오세근은 4일 안방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기자에게 “솔직히 개인적인 욕심을 더 부리고 싶지만 후배들을 끌어줘야 하는 위치니 적정선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KGC는 2020∼2021시즌 우승에 지난 시즌에도 준우승한 팀이지만 올 시즌 전망은 밝지 못했다. 7시즌 동안 팀을 이끈 김승기 감독(51)과 ‘주포’ 전성현(32)이 신생팀 캐롯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다. 개막 4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KGC(21승 9패)는 지금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2위 LG(16승 12패)에 4경기 앞선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건세근 덕분이다. 팀 지휘봉을 새로 잡은 김상식 감독(55)은 “(오세근이) 악착같이 뛰는 게 보인다. 이제 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줘 든든하다”고 말했다.
오세근은 “지켜보는 가족이 있으니 더 열심히 뛰게 된다. 이제 아이들이 아빠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안다. 못한 날은 ‘20점 안 넣으면 엉덩이 때찌할 거야’ 한다”며 웃었다. 2016년 태어난 쌍둥이 남매는 올 3월이면 초등학교에 가고 이듬해 태어난 막내아들도 유치원 졸업반이 된다.
최소한 등번호(41번)와 같은 나이까지는 뛰고 싶다는 오세근은 “이제 만 나이로 개정됐으니 1년을 더 보태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세근은 고교 시절 좋아했던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디르크 노비츠키(45·전 댈러스)를 따라 41번을 선택했다. 노비츠키는 댈러스에서만 21시즌을 뛰면서 NBA 역사상 한 팀에서 가장 오래 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 KGC에서만 12시즌을 보낸 오세근 역시 한국 프로농구 역사상 한 팀에서 가장 오래 뛰는 기록에 도전 중이다. 현재 기록은 팀 선배 양희종(39)이 보유하고 있는 15시즌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오세근이 KGC에 잔류하려면 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좋아야 한다.
오세근은 “(2017년) 첫 FA 때도 우승 후 팀에서 좋게 봐주셔서 남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도장을 찍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면서 “늘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뛴다. 농구는 혼자만 잘한다고 우승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SSG가 프로야구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하는 걸 보니 부럽더라. 우리도 다들 안 다치고 시즌을 보낸다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SK에 패한 게 개인적으로는 챔프전 첫 패배였다. 올 시즌에는 챔프전에서도 꼭 승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