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安의사 영화 등 흥행 맞춰
‘日엔 테러리스트’ 왜곡된 인식
제대로 바로잡는 계기 삼아야”
최근 안중근 의사(1879∼1910)의 삶을 다룬 영화와 뮤지컬, 소설 등 콘텐츠가 잇따라 나와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안 의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국내에도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안 의사를 존경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테러리스트’라는 인식이 폭넓게 퍼져 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2014년 중국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 개관을 두고 “(안중근은)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등 우익 정치인들의 발언 등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일본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 ‘1909년 하얼빈 의거가 없었다면 한일강제병합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등 잘못된 역사 인식이 국내에도 없지 않다는 것. 전문가들은 최근 안 의사 관련 콘텐츠의 인기를 계기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일 양국의 역사 교과서를 비교 연구한 논문 ‘한일 역사교과서는 안중근을 어떻게 기술해왔는가(1945∼2007)’를 쓴 신주백 전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장(60)은 “예전에 지인이 ‘안중근 의거로 한일병합이 일어난 것 아니냐’고 물은 게 뇌리에 남아 논문을 쓰게 됐다”고 했다.
신 전 소장에 따르면 과거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그같이 가르쳤다. 일본 산천출판사가 펴냈던 교과서는 ‘한일병합은 안중근이 촉발한 것’이라고 기술해 오다 1990년대 들어 수정했다. 신 전 소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일본 학계도 뒤늦게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사가 사살한 이토 히로부미(1841∼1909)는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으로 강제병탄의 기초를 구축했고, 조선의 식민지화에 반대했던 것이 아니라 ‘조선인과 국제사회의 반발 등을 의식해 천천히 하려고 했던 것뿐’이라는 게 우리 학계의 통설이다.
‘법의 눈으로 안중근 재판 다시보기’(2010년)를 펴낸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1)는 “과거 수업 도중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 여기는 일본의 시각에 많은 학생이 동의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민법학자인 내가 국제법을 공부해 관련 책과 논문을 썼던 이유”라고 했다.
의거 뒤 체포된 안 의사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국제법상 ‘전쟁 포로’라고 주장했다. 그는 1910년 중국 뤼순의 일본 법정에서 “나는 개인 자격으로 남을 죽인 범죄인이 아니다. 대한국의 의병 참모중장으로서… 따라서 국제공법에 따라 재판하라”고 했다. 명 교수에 따르면 국제법상 전쟁 중 교전을 벌이는 ‘교전자격자’의 공격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당시 한반도에서는 항일의병전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안 의사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이었으며, 국제법상 비정규군도 교전 자격이 인정됐다. 또한 이토의 하얼빈 방문은 침략 행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명 교수는 “안 의사의 이토 사살은 교전의 일부로 정당행위”라면서 “안 의사는 이순신 장군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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