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 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인근 상가. 집을 찾는 손님 3팀이 1층 공인중개업소를 연달아 찾았다. 지난해 말만 해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1·3부동산대책’ 시행 이후로 매수 문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전용면적 59m²가 직전 최고가 대비 1억9000만 원 떨어진 5억1000만 원에 팔리자 ‘급매’를 찾는 전화도 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하루에 문의가 2, 3건씩 오고 있다”며 “다만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고 매수자도 여전히 금리를 부담스러워해 거래는 쉽게 안 된다”고 했다.
#2.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이곳에도 급매를 찾는 전화가 잇따랐다. 이 단지 전용 77m² 매물 6건은 지난해 12월 18억∼19억 원대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인 26억3500만 원보다 7억∼8억 원 하락했지만 급매물이 소진되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올리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호가를 4000만 원 내렸던 집주인이 최근 5000만 원을 올렸다”며 “급매물은 거의 소진됐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재건축, 세금, 대출, 분양 등 전방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가격이 크게 내린 ‘급급매’가 일부 팔리는 것일 뿐 금리가 여전히 높고 경기침체 우려도 커 일시적 반등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이른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는 최근 급매물을 찾는 문의가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하락 거래가 연이어 나왔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다시 매도 호가를 높이고 있다. 총 5678채 규모 잠실엘스 전용 84m²는 지난해까지 주로 19억 원대에 팔렸지만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모두 20억 원이 넘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원하는 가격 차가 2억∼3억 원까지 벌어져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권에서 수요가 많은 마포구와 성동구도 비슷하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매수 문의가 규제 발표 전보다 2, 3배로 늘었다”며 “매수자들이 모두 급매를 찾는데 대출 이자 부담이 커서 계약까지 성사가 잘 안되는 편”이라고 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사는 “전용 85m² 매물 가격이 16억 원 선인데 가격이 11억 원까지 하락하면 사겠다는 대기 수요는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중저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반대로 매수세가 살아날 걸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는 모습도 보인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1764채 규모 남서울힐스테이트는 매물이 이달 3일 47건에서 이날 54건으로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갭투자를 한 집주인이 전셋값 하락을 감당하지 못해 매물로 내놓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로 심리가 일부 회복됐지만 매수세가 쉽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특히 그동안 아파트 매수세를 이끌었던 20, 30대 매수세가 사그라졌다.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 28만359건 중 20, 30대 매입 비중은 28.4%로 2021년(31%) 대비 2.6%포인트 감소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올 들어 적절한 매수 시점을 묻는 사람이 늘었지만 고금리가 문제”라며 “금리가 높은 데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있어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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