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소주 등 높은 도수 인기…작년 위스키 수입액 전년比 41%↑
싱글몰트 이어 블렌디드로도 몰려…“홈술 영향, 하이볼 인기도 한몫”
직장인 이모 씨(26)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위스키 바에 조니워커 블랙라벨을 ‘키핑’(맡김)해 두고 위스키를 종종 즐기러 간다. 그는 “한 잔씩 주문하는 것보다 병째로 사둔 뒤 올 때마다 마시는 게 저렴하다”며 “일행의 기호에 맞춰 위스키 농도를 조절해 하이볼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류 시장을 휩쓸던 저도주 트렌드가 최근 40도 이상의 높은 도수 술로 옮겨가며 위스키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위스키 수입액은 2억4711만5000달러(약 3076억 원)로 전년 대비 약 4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량은 2만4716t으로 전년 대비 57.8% 증가했다.
편의점에서도 위스키 성장세는 저도주 대표 상품인 맥주와 와인을 앞질렀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주종은 프리미엄 소주(106.9%)와 위스키(46.2%)였다. 수제맥주나 와인바 붐 확산 등으로 인기였던 맥주, 와인의 인기는 한풀 꺾였다. 지난해 맥주와 와인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13.8%, 30.6%로 전년 증가율(각각 45.2%, 58.3%)보다 줄었다.
이는 최근 주류시장 유행이 혼자 조금씩 즐기기 좋은 고도수 주류로 옮겨간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단체 회식이 줄면서 수제맥주와 와인 등으로 번졌던 저도주 트렌드가 ‘박재범 소주’로 불리는 원소주와 하이트진로 증류주인 ‘진로 1924 헤리티지’ 등 20∼30도에 달하는 프리미엄 소주로 진화했다.
주류업계는 코로나19 시기 생겨난 홈술·혼술 트렌드가 위스키 대중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위스키는 다른 주종과 달리 한 번에 다 비우지 않아도 보관하기 좋고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스키에 얼음과 탄산수, 진저에일, 토닉워터를 기호대로 섞고 레몬과 라임 슬라이스 등을 넣어 먹는 ‘하이볼’이 대표적이다. 개성대로 즐길 수 있어 MZ세대에게 인기다. 실제로 하이볼 제조에 자주 쓰이는 하이트진로 음료 ‘진로토닉워터’는 지난해 7800만여 병 팔리며 전년 대비 매출이 83% 늘었다.
희소성을 앞세워 젊은층의 ‘득템력’을 자극한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도 최근 ‘아저씨 술’로 여겨지던 블렌디드 위스키로까지 번졌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가격대가 높은 데다 맛이 특색 있고 무거워 마니아층 위주로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최근 합리적인 가격대로 하이볼 제조 등에도 적합한 블렌디드 위스키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디아지오코리아에 따르면 인기 제품인 조니워커는 그간 블랙라벨과 블루라벨 등 가격대가 높은 상품 위주로 판매됐지만, 최근엔 젊은층의 저가 라인(레드라벨) 소비가 늘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잭다니엘, 발렌타인 등 인지도 높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인기다.
위스키업계는 젊은 소비자들이 유입되면서 국내 가정용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본다. 윈저글로벌과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젊은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용산구 한남동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위스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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