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성인 된 ‘선천성심장병 환자’는 갈 곳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일 03시 00분


은영민 연세대 의대 소아과 교수

은영민 연세대 의대 소아과 교수
은영민 연세대 의대 소아과 교수
일반적으로 소아청소년과는 소아 환자만 진료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성인 환자도 진료를 받는다. 바로 선천적으로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환자들이다. 이들은 소아심장 전문의로부터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진료를 받는다.

선천성심장병을 가지고 어른이 된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지원하는 의사들과 입원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지고 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어 소아 입원 병상 운영을 중단한 병원도 있었다. 앞으로는 소아심장 의사 수가 더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성인기의 선천성심장병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내과 분야가 아직 따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면 갈수록 늘어나는 성인 선천성 심장질환 환자들은 누가 돌봐야 할 것인가.

새로 태어나는 선천성심장병 아기는 전체 출생아의 0.8∼1% 수준이다. 과거에는 이 중 15% 정도만 치료가 가능했다. 현재는 85% 이상이 치료가 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중요 구성원으로 성장했으나 이들의 심장 상태는 지속적 케어를 받아야 한다. 질환에 따라서는 시의적절한 수술 및 시술을 계속 받아야 한다.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는 환자도 있다. 임신 출산 등 생애 단계마다 적응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 성인 선천성심장병 환자 수가 소아 환자 수를 앞지른 지 이미 오래다. 그들은 소아심장 의사와 더불어 내과 의사 중 성인 선천성심장병 전문의를 키워 집중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천성심장병 환자 수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보고된 바 없다. 미국에 현재 1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국내에도 어림잡아 10만 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주요 대학병원 외래진료를 받는 성인 선천성심장병 환자는 계속 증가해 환자 2명 중 1명이 성인일 정도로 많아졌다.

이러한 성인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사회 속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기 위해서는 처음 진단하고 치료해준 소아심장 의사 및 성인기 문제들을 함께 돌봐줄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필요하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힘든 치료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성장한 성인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이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일이다. 국가 보건정책 차원에서의 접근과 이들을 돌볼 의사들을 키워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성인 선천성 심장질환#국가 보건정책#전공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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