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본회의 직행… 의협 “의료체계붕괴”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0일 03시 00분


복지위, 법사위 건너뛰고 직회부
의사들“간호사 의료 업무확대 안돼”
‘금고이상 의사 면허취소’ 반대 지속
의대정원 확대 등 논의 ‘급랭’ 우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간호법 제정을 놓고 간호사 단체와 의사 단체가 ‘맞불 집회’에 나섰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간호법안 철회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법 제정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간 대한간호협회 회원들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뉴스1·뉴시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간호법 제정을 놓고 간호사 단체와 의사 단체가 ‘맞불 집회’에 나섰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간호법안 철회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법 제정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간 대한간호협회 회원들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뉴스1·뉴시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9일 간호법 제정안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직회부해 처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모두 의사들이 반대해온 법안들이다. 복지위의 결정 이후 의사단체는 “간호법으로 인해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의사단체가 반대하던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 중인 의대 정원 확대 등 필수의료 대책 논의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46년 숙원 사업 vs 과잉 입법”
복지위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간호법 등 법안 7건의 본회의 부의 안건을 무기명 표결을 거쳐 처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와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때 본회의 부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간호법 직회부 안건은 복지위 소속 위원 24명 전원 표결에서 찬성 16명, 반대 7명, 무효 1명이 나와 의결됐다.

복지위 위원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14명, 국민의힘 9명, 정의당 1명이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민주당 주도로 안건이 통과됐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간호법은 1977년 대한간호협회가 처음 추진한 이래 46년간 간호계의 숙원이었다. 2021년 국민의힘 서정숙, 최연숙 의원과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각각 간호법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가장 큰 쟁점은 ‘간호사의 역할 규정’이었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 업무를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는데, 당시 발의된 간호법들은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했다. 이에 의사단체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독자적인 진료와 개원까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이 조항은 복지위가 3건의 간호법을 1건의 단일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현행 의료법과 동일한 ‘진료의 보조’로 다시 바뀌었다.

그럼에도 의사단체는 현재 간호법 제1조에서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간호사가 의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증가할 간호 수요를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간호사 처우 개선 조항을 두고도 대립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면허 간호사는 약 43만6340명(2020년 기준)이다.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량 등을 이유로 활동을 하지 않는 간호사는 이 중 27%가 넘는다. 간호사 단체들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규정한 법률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의협 관계자는 “현재 존재하는 의료법 등으로도 충분히 (처우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간호법 별도 제정은 ‘과잉입법’”이라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도 파장 우려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일명 ‘의사면허취소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도 함께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 법안 역시 의사단체 반대로 번번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던 법안이다. 의료인이 범죄의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선고유예 포함)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면허가 취소되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한다.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 의사단체가 반대해 오던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정부가 의사단체와 논의 중인 필수 의료 지원대책과 의대 정원 확대 논의도 순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 내부에서 현 집행부에 대한 비토 목소리가 커지는 데다 정부와 의협 간 관계도 급랭할 수 있다. 의협 관계자는 “2020년 의사 파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정 간에 조심스럽게 협의해 왔는데 아무래도 강경해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한편 복지부와 의협은 9일 2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해온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의 운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의협#의대정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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