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전 닉네임 한 번씩 소개합시다”…삼성전자가 달라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2일 1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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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호칭 도입으로 달라진 회의 풍경
이재용 회장은 ‘회장님’ 주로 사용

“회의 시작 전에, 다들 닉네임부터 한 번씩 소개합시다.”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 임원급이 다수 참석하는 회의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영어로 새로 만든 별칭이 각자 익숙지 않아 생기는 풍경이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소규모 회의에선 괜찮지만 10명이 넘게 들어오는 회의에선 각자 호칭부터 외워야 하니 돌아가며 소개하고 메모도 해둔다. 아직 시작 단계라 그런 거고 임원들도 이제 새 문화에 적응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이달 1일부터 경영진·임원을 대상으로 한 수평 호칭 제도를 도입했다. 직책과 직급을 사용한 호칭 대신 영어이름, 이니셜, 한글 이름에 ‘님’ 등 세 가지 별칭 중 하나를 정해 사용해야 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동아일보DB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동아일보DB


이에 따라 삼성전자 사내망에서는 이름과 직함 옆에 해당 닉네임을 병기해 사내 임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은 ‘HH’,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은 ‘HK’, 박승희 CR담당 사장은 ‘Phil’,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JH’,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사장)은 ‘KH’,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TM’, 전경훈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은 ‘Paul’을 사용하고 있다. 경영진의 경우 아직 대부분 이니셜을 많이 쓰고 있고 기존에 해외 거주나 근무 경험 있는 이들은 원래 쓰던 영어 이름을 사용 중이다.

이재용 회장은 아직 ‘회장님’ 호칭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내망에도 별도 닉네임을 공지하지 않고 빈 칸으로 뒀다. 회장도 수평 호칭 적용 대상이긴 하지만 대외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외부에서 기존 호칭을 그대로 부르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영업 직군이나 협력사 파트너 직군 등 대외 업무가 위주인 임원들도 외부 사용 호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수평 호칭 제도가 경영진까지 확대되면서 사내보고 및 회의 분위기와 조직 문화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같은 사업부 임원들 간이나 상사, 부하직원과 이니셜이 겹치는 경우도 있어 영어 이름을 새로 고민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서 수평 호칭을 도입한 사업부 직원들도 처음에는 특히 상사들에게 ‘○○님’ ‘○○프로님’ 호칭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 시일이 걸리겠지만 경영진 문화도 이제 조금씩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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