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주춤했던 ‘킹달러’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달 초 1220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2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가 2%대 급락한 영향으로 코스피도 1% 넘게 추락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0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04.9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00원을 넘은 건 지난해 12월 19일(1302.9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0.3원 오른 1306.2원으로 출발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일(1220.3원) 이후 환율은 14거래일 만에 84.6원이나 급등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 건 최근 두드러진 강달러 흐름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고용, 생산, 소비 등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 인상 사이클을 오래 지속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여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21일 발표한 2월 비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근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50.5를 보였다. PMI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강도 긴축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준이 3월, 5월, 6월 정례회의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물 금리로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도 연준이 6월까지 3회 연속 0.25%포인트를 올려 미 기준금리가 5.25∼5.50% 이상이 될 가능성을 73.8%로 보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3% 수준이었다. 연준 내 대표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이 “다음 달 0.5%포인트 인상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3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20% 이상으로 올랐다.
여기에 최근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정찰 풍선 등을 둘러싸고 미-러,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의 국내 증시 투자도 주춤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68%(41.28포인트) 하락한 2,417.68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1.88%(14.91포인트) 내린 778.51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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