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안했는데 자꾸 와” 논란의 ‘적십자 지로’ 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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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3일 0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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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대한적십자사가 회비모금 목적으로 집집마다 지로통지서를 보낼 수 있게 한 현행 법규에는 문제가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현행 대한적십자사조직법(적십자법) 8조 등이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위헌확인 소송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기각·각하했다고 3일 밝혔다.

적십자법 제8조는 적십자사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적십자사 운영과 회원모집 및 회비모금,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위해 필요한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국가와 지자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행정안전부에 전국 만 25~75세 세대주 성명과 주소를 요청하고, 이 주소로 1만원짜리 지로통지서를 발송한다.

지로통지서를 받은 A 씨 등은 적십자법 제8조, 국가의 자료제공행위, 적십자사의 지로통지서 발송행위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국가나 지자체가 적십자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헌재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적십자사가 정부의 인도적 활동을 보조하거나 남북교류사업, 혈액사업 등 특수 사업을 수행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적십자법 8조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자료제공 목적은 회비모금으로 한정되고 정보 범위는 세대주 성명과 주소로 한정된다”며 “주소는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이며 성명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보로서 그자체로 언제나 엄격한 보호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 씨 등은 적십자회비가 세금으로 오인될 수 있어 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각하했다. 헌재는 “지로통지서 상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고,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대의견을 낸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특별한 사유를 개인정보보호법 문구에 준하는 것으로 막연히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시행령 조항이 회비모금의 목적으로 세대주 이름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적십자사는 전국의 세대주에게 지로통지서를 발송했지만, 올해부터는 최근 5년간 모금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세대주에게만 발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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