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소형 보트를 타고 입국하는 불법 이주민들을 ‘추방’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추진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법이주민법’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영국 내무부로 하여금 작은 고무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입국하는 불법 이주민들을 ‘가능한 빨리’ 르완다나 제 3국으로 내보내도록 의무화했다. 합법적인 경로로 들어오지 않은 이들은 영국에 머무는 동안 망명 신청도 할 수 없고 보석 없이 구금된다. 한 번 추방당하면 영원히 영국 입국이 금지되는 등 강경책을 담고 있다. 수낵 총리는 “그동안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남부와 프랑스 북부 사이에 있는 영불해협은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주요 통로다. 지난 한 해에만 4만6000명에 달하는 이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영국에 입국해 망명신청을 했으며, 올해도 8만 명 넘는 사람들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안이 실제 통과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유럽인권협약에 위배될 가능성 때문이다. 영국 타임즈는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이 하원의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유럽인권협약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50% 이상”이라 적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유엔난민기구(UNHCR) 역시 곧바로 성명을 내 “난민을 금지하고, 난민협약에 명백히 위반되는 (이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에도 영국 정부는 르완다 정부에 1억2000만파운드(약 1906억 원)를 주고선 자국으로 온 난민들을 르완다로 보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달 만에 비행기를 띄우려 했으나 이륙 직전 유럽인권재판소가 계획 중단 명령을 내려 취소됐다. 당시에도 UNHCR은 물론 영국 국교회 지도부까지 나서 영국 정부를 비판했다.
설령 통과된다 해도 별 효과가 없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영국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난민 의회’의 엔버 솔로몬 대표는 “‘전쟁과 박해를 피하는 데 절박한 사람들’의 도강은 막지 못할 것”이라고 타임즈에 말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이주 경로가 부족한 상황에서 차단책만 내놓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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