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8일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 패권주의’ 논란 등이 일었지만 투표에 참여한 46만여 명의 당원들은 여당의 안정을 택했다는 것.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친윤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김 대표를 비롯해 5명의 최고위원들도 모두 친윤 진영 인사들로 채워졌다. 다만 이런 결과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친윤 일색인 당 지도부가 비판이나 이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당 운영에서 일방통행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金, 컷오프 때보다 높은 득표율로 당선
김 신임 대표는 이날 52.93%를 득표해 2위인 안철수 의원(23.37%)을 여유있게 제쳤다. 김 대표의 득표율은 지난달 10일 책임당원 여론조사로 진행됐던 컷오프(예비경선) 지지율보다 오른 수치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컷오프에서는 김 대표가 47%, 안 의원 24%를 기록했다. 경쟁 후보들이 김 대표의 울산 땅 의혹 등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더 많은 표를 끌어 모은 것.
김 대표와 친윤 진영을 성토했던 안 의원과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14.98%)은 목표로 삼았던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두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40%에 미치지 못했다. 여권 관계자는 “두 후보가 연대했더라도 김 대표에게 뒤졌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당원들의 반감이 숫자로 입증된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수도권 당원들의 비중이 늘면서 “당원들의 표심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당원들은 일단 안정을 택한 것.
이런 당심(黨心)은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준석 전 대표가 밀었던 최고위원 후보들은 모두 고배를 들었고 대신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운 후보들이 당선됐다. 1인 2표로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 ‘이준석계’로 꼽히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과 허은아 의원은 각각 10.87%, 9.90%를 얻는데 그쳤다.
● “사무총장에 친윤 핵심 인사 거론”
다만 이런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여권 내의 우려도 나온다. 친윤 진영이 당을 장악하게 되면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너무 친윤 일색인 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는 구성이 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향후 당직 인선에서도 친윤 색채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김 대표는 당의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친윤 핵심 인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의원은 “이미 사무총장, 당 대표 비서실장, 조직부총장 등을 맡을 친윤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여기에 다음달 주호영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뽑히는 새 원내대표까지 친윤 의원이 된다면 당은 완벽한 ‘친윤 체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활동 역시 향후 당 운영의 변수다. 한 초선 의원은 “장 의원이 차기 당 지도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당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친윤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득표율이 60%를 넘지 못했다는 점도 변수다. 여권 관계자는 “주류 진영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원했다면 사실 김 대표가 70%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했어야 했다”며 “향후 당 운영에서 친윤의 목소리만 반영된다면 분명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정당민주주의가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대통령실이 정한 시나리오대로 김 대표가 선출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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