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 앞 주정차 금지 구역입니다.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지정된 곳에 주차해 주시기 바랍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길 200 인근의 한 골목길.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골목길에 진입한 후 바닥에 설치된 맨홀 뚜껑 모양의 지하식 소화전을 밟고 주차를 시도했다. 그러자 6초 만에 ‘주정차 금지 구역’을 알리는 경고 음성이 흘러나왔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4초 후 같은 음성이 반복됐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소방용수시설과 비상소화장치, 소방시설에서 5m 이내에는 차량을 주차할 수 없다. 경고 음성은 지하식 소화전에서 약 2m 떨어진 곳에 설치된 ‘지능형 소화전 관리시스템’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이 시스템에는 골목길 불법 주정차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폐쇄회로(CC)TV가 포함돼 있다.
● 불법 주정차 막는 지능형 소화전
지능형 소화전이 설치된 창신길 200 인근은 소방차 한 대가 겨우 지날 만한 좁고 경사진 골목 초입이다. 불법 주정차를 시도하는 차량이 지하식 소화전을 밟을 때마다 현장에선 “지정된 곳에 주차하라”는 경고음이 자동으로 울리고, 서울 종로소방서 상황실이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게 된다.
이날도 불법 주정차 차량이 주차하자 소방서 상황실 중앙관리시스템이 이를 인지하고 창신길 200의 ‘주정차 상태’를 녹색불에서 빨간불로 전환했다. CCTV 화면을 확인한 상황실 직원은 무전기를 들고 “현재 창신길 200 앞에 위치한 소화전 주변에 검은색 불법 차량이 있다. 안전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소화전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지난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소화전 옆에 움직임 감지 센서와 경광등, 스피커, CCTV 등이 부착된 기둥을 설치해 불법 주정차 차량을 사전에 차단하고 소화용수의 누수와 동결 여부, 방수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서울시 디지털정책담당관에서 추진한 ‘2022년도 시민체감 스마트서비스’ 시범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서울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사고의 ‘골든타임’은 불이 난 후 5∼7분”이라며 “불법 주정차 차량은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지능형 소화전 설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범운영 거쳐 대폭 늘릴 것”
시는 지능형 소화전을 통해 불법 주정차 차량을 이동시켜 좁은 골목길에도 소방차가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지능형 소화전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으로 꼽히는 창신동과 부암동 등 종로구 13곳에 설치돼 있다. 시는 △폭 3m 이상 도로 중 고정식 장애물 때문에 100m 이상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 △상습 주차 또는 장애물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 등을 지능형 소화전 설치 지역으로 선정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 불법 주정차 차량이 소방차 진입을 방해해 피해가 커졌다”며 “지능형 소화전을 1년 동안 시범 운영한 뒤 대폭 늘려 서울시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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