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흐름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진료량마저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동네 소아청소년과(소청과) 병원이 속출하고 있지만 성장발달클리닉만큼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 호르몬 치료 비용과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키 성장을 저해하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키 성장 치료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클리닉의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렵다. 성장클리닉은 요양기관과 달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신고할 의무가 없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다. 하지만 심평원에 따르면 저신장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2021년 4만3618명으로 전년 대비 약 22.6% 늘어났다. 최근 5년 새 2016년 2만9061명에서 2021년 4만3618명으로 약 50%나 증가했다.
진료체계 붕괴 위기에 직면한 소청과와 대조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소청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한 2020~2021년에는 78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소청과 병·의원은 3247곳이다.
성장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부모와 자녀의 키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는 데다 혈당 상승,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 충분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성장 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닫혀갈수록 성장호르몬의 반응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릴수록 효과가 크지만, 1년에 1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주사 투여 비용은 보통 1회 20만 원 가량이다. 한 달에 4~5회 정도 투여한다면 대략 80만~100만 원, 1년이면 1000~12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환자의 키와 몸무게, 주사의 종류, 투여량에 따라 비용이 달라져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긴 하지만, 키가 동년배 중 하위 3% 안에 들면서 성장호르몬 결핍이 정밀검사로 확인되고 동년배보다 골연령(성장판나이)이 감소된 이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성장 호르몬 주사의 부작용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혈당 상승이 대표적이다. 특히 성장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사로 추가 투여하는 경우 오심, 구토, 피부 발진 등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마냥 ‘키 크는 주사’로 생각해 무작정 병원을 찾는 것을 권하지 않는 이유다.
신충호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장 호르몬은 일단 터너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난소 기능에 장애가 생겨 저신장 등을 동반하는 희귀질환) 같은 허가받은 질환자들에게 사용하는 게 맞다”면서 “키로 인해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가 어려운 경우 도와주기 위해 일부 사용되는 것일 뿐 정상적으로 잘 자라는 건강한 아이에게 성장 호르몬 치료를 먼저 고려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모는 체질, 질병, 환경적 요인 등 자녀의 키 성장을 저해하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규칙적인 운동, 고른 영양 섭취, 충분한 수면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이사장은 “빨리 걷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나 줄넘기나 농구, 배구 등 뼈를 강화시키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성장판에 자극을 줘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면서 “튼튼한 뼈를 만드는 데 도움 되는 칼슘이 풍부한 유제품과 비타민D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장 호르몬은 하루 분비량의 3분의2 정도가 잠자는 동안 분비되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은 필수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는 잠자기 전 격렬한 운동이나 과식을 피하고,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이용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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