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週 근로시간’ 2주 새 5차례나 오락가락… 어찌 하자는 건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00시 00분


“공짜야근 근절” vs “과로사”… 환노위 피켓 대결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놓고 대립 중인 여야가 자리에 각각 ‘피켓’을 붙이고 
맞섰다. 여당은 ‘근로시간 개편으로 공짜야근 근절’(왼쪽 사진), 야당은 ‘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 문구를 피켓에 
적었다. 뉴스1
“공짜야근 근절” vs “과로사”… 환노위 피켓 대결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놓고 대립 중인 여야가 자리에 각각 ‘피켓’을 붙이고 맞섰다. 여당은 ‘근로시간 개편으로 공짜야근 근절’(왼쪽 사진), 야당은 ‘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 문구를 피켓에 적었다. 뉴스1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된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정부의 갈지자 행보 속에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을 대통령실이 부정하고 이를 다시 대통령이 뒤집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개편안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로부터 반감을 사며 누더기가 될 처지에 놓였다. 기업엔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 주고, 노동자에겐 근로시간 선택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개혁의 취지는 잊혀져 버렸다.

정부의 입장이 갈팡질팡한 건 6일 개편안 발표를 포함해 벌써 다섯 번째다. 명확하지 않은 발표로 오해를 키우더니 8일 만인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런데 충분한 검토 없이 이틀 뒤 대통령은 덜컥 ‘주 60시간’을 기준으로 제시해버렸다. 이에 대해 20일 대통령실은 “가이드라인이 아니고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하루 뒤인 어제 대통령이 다시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못 박았다. 정부가 공식 발표하고 입법예고까지 한 정책을 놓고 짧은 기간에 이처럼 여러 차례 오락가락한 적이 있나.

주 52시간제 개편안은 대선 공약이자 정부가 공들여 온 노동개혁 1호 법안이다. 근로시간 계산 단위를 1주(週)에서 월, 분기, 반년, 연으로 다양화해 노사가 합의해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경쟁력을 깎아 먹는 획일화된 근로시간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컸다. 하지만 정작 개편안이 나오자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주 최대 69시간’만 부각됐다. 여론을 무마하려 ‘주 60시간’을 섣불리 꺼냈다가 경영계에서조차 개편의 실익이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에 착수한 건 지난해 6월인데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마치 졸속 추진처럼 비친다. 대통령실과 부처의 정책 조율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정책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개혁의 불씨를 꺼뜨리는 모양새다. 그나마 이견이 적었던 근로시간 합리화의 첫 단추도 제대로 끼우지 못해서야 남은 노동, 연금, 교육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
#주 52시간 근무제#근로시간제 개편안#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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