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상학자 이토 히로키 씨(37·사진)의 한 해는 벚꽃과 함께 피고 진다. 일본 오사카 기상예보 업체 일본기상주식회사에서 일하는 이토 씨 핵심 업무는 벚꽃 개화 시기 예측이다.
벚꽃 구경을 뜻하는 일본어(하나미·花見)가 따로 있을 정도로 봄이 오면 전 일본 국민 관심사는 ‘꽃이 언제 필까’에 쏟아진다. 이토 씨 역할은 올해 특히 막중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물러간 뒤 처음 맞는 벚꽃철이기 때문이다.
벚꽃은 단 일주일간만 활짝 핀다. 이토 씨는 1000곳에 달하는 ‘벚꽃 명소’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1년 내내 전국 기온 측정값을 수집해 정밀하게 분석한다고 25일 미국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벚꽃나무 꽃눈은 초여름에 만들어진 뒤 휴면을 거쳐 피어나기에, 개화 시기를 알려면 가을 겨울 날씨 정보도 중요하다.
벚꽃은 3월부터 피지만 이토 씨 일은 1차 예측 값을 발표하는 1월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후에는 수정을 거듭한다. 이토 씨는 올 초 도쿄 개화 시기를 3월 22일로 발표했지만 이달 초 7차 예측에선 3월 15일로 앞당겼다. 실제로는 14일에 꽃망울을 터뜨려 딱 하루 차이로 적중했다.
개화 예측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것은 상춘객뿐만이 아니다. 꽃놀이철에 맞춰 카페들은 꽃잎 모양 초콜릿을 얹은 ‘벚꽃라테’를 내놓고, 여행사들은 관광상품을 앞다퉈 출시한다. 오사카 간사이대는 올해 벚꽃관광이 창출하는 경제효과가 약 6160억 엔(약 6조 원)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토 씨 어깨는 꽤 무거운 편이다. 일본 기상청은 2007년 개화 예측이 9일이나 빗나가 대국민 사과까지 한 뒤 2010년부터 예보를 중단했다. 이후 민간 예보기관끼리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상기온이 잦아지며 자연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토 씨는 가을산이 단풍으로 물드는 시기, 꽃가루 알레르기를 조심해야 할 시기, 과일을 수확하기 좋은 시기까지 업무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아직 벚꽃이 국토의 절반까지만 올라왔다”며 “마지막 개화가 이뤄질 5월까진 벚꽃에 초점을 고정하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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