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보조금 안 받겠다는 MZ노조… 이게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00시 00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일곱번째)을 비롯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2023.2.21/뉴스1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일곱번째)을 비롯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2023.2.21/뉴스1
30대, 사무직 근로자 중심으로 ‘MZ(밀레니얼+Z세대) 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신청만 하면 받을 가능성이 큰 정부 보조금을 거절하기로 했다. “자주성을 키우는 게 먼저”라는 게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기로 한 이유다. 그 대신 협의회 측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 약자들에게 보조금이 지원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협의회가 이런 입장을 정한 건 고용노동부가 근로조건 개선 연구사업, 근로자 권익보호 사업, 근로자 무료 법률상담 등 보조금을 탈 수 있는 지원사업을 협의회 측에 안내하고, 27일까지 신청 여부를 답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한국노총, 민노총 등이 대부분을 타가던 연간 보조금의 절반을 협의회 등 새로운 단체들에 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쳤다. 작년엔 고용부 보조금 35억 원 중 31억 원을 양대 노총과 산하 기관들이 타갔는데, 올해는 44억 원의 절반을 MZ노조 등 다른 곳에 지급하기로 했다.

MZ노조의 보조금 거절은 기성 노조의 태도와 확연히 다르다. 작년까지 5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세제혜택을 비롯해 양대 노총을 지원한 총규모는 15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역대 정부가 ‘노조 달래기’ 용도로 확대한 지원이 누적된 결과다. 그러면서도 양대 노총 산하 노조 중 상당수는 정부의 회계장부 공개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MZ노조는 “노조 회비 사용내역을 단 1원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협의회에 참여한 10개 노조 대부분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보조금 신청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보조금이 노조의 생명인 자율성, 독립성을 훼손해 향후 외연 확장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주 69시간제’ 논란과 관련해 협의회가 정부 개편안에 반대한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MZ노조는 보조금 거부 결정을 통해 과도한 정치투쟁, 이권 챙기기로 외면받는 대기업·생산직 중심 ‘586노조’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 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근로자 권익 제고에만 집중하겠다’는 초심을 유지해 기업, 정부의 합리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정부 보조금#거절#mz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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