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사상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을 가릴 것 없이 위험 노출 규모와 연체율이 모두 상승세여서 금융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비은행권 금융회사의 부동산 PF 관련 대출과 보증 등 익스포저는 총 115조5000억 원이었다. 이는 2017년 말에 비해 2.6배가량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업권별로 보면 신용카드 및 리스·할부(캐피털)사의 익스포저가 4.33배로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저축은행(2.5배), 보험사(2.05배), 증권사(1.67배) 등 나머지 업권도 뚜렷한 증가 추이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캐피털, 저축은행 등은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부동산 익스포저를 늘린 것”이라며 “부동산과 관련된 2금융권의 위험 노출액이 사상 최대 수준이라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체율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8.2%로 2021년 말(3.7%)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저축은행(1.2%→2.4%)과 카드·캐피털(0.5%→1.1%), 보험사(0.1%→0.4%)의 연체율도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맞물려 사업 진행이 중단되는 현장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위축이 장기화되면 부실화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일부 비은행권의 자본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 중심의 원활한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 자산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부동산 PF 관련 쏠림으로 위험이 발생했을 때 특정 기업과 건설사에 치명적이지 않도록 리스크 분산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 전액 상각 사태가 충격을 주는 가운데 국내 은행권에서 발행된 코코본드 잔액은 31조5000억 원대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국내 코코본드 상각 조건에 CS 코코본드와 유사한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국내 은행권에서 CS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전체 자본 중에서 코코본드의 비중은 5% 남짓에 불과해 발행액 자체가 유럽 대비 작다”고 말했다.
위험노출액(익스포저·exposure)
금융권에서 대출이나 보증 등을 지원한 금액으로 해당 부문에서 부실이 터졌을 때 최악의 경우 회수가 불가능한 규모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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