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정수영’이란 이름을 치면 25명의 인물 정보가 나온다. 이 가운데 핸드볼 선수 정수영(38·인천도시공사)은 없다. 그러나 정수영은 2011년 출범한 SK 핸드볼 코리아 리그 역사에 누구보다 뚜렷하게 자기 이름을 새긴 선수다.
정수영은 지난달 4일 핸드볼 리그 남자부 역사상 처음으로 통산 500도움 고지를 정복했고 이달 1일에는 리그 최초 통산 800골 기록까지 넘겼다. 시즌 종료까지 1경기를 남겨둔 13일 현재 정수영은 통산 812골, 549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둘 다 핸드볼 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11일 팀 훈련장인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만난 정수영은 “큰 부상 없이 뛰다 보니 최초, 최고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도 따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영은 올 시즌에도 도움 1위(120개), 득점 3위(123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총 출전 시간(18시간 50분 32초)도 리그에서 가장 길다. 도움, 득점, 출전 시간 모두 개인 ‘커리어 하이’ 기록이기도 하다. 정수영은 리그 초대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뒤 12년 만에 다시 MVP를 노리고 있다.
정수영이 김동욱(26·두산) 신재섭(24·하남시청) 이요셉(25·상무) 등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MVP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비결은 ‘다이어트’다. 정수영은 “지난 시즌 85kg이었던 몸무게를 78kg으로 줄였다. 15%였던 체지방률도 7.5%로 절반이 됐다”면서 “오늘도 오전 훈련 전후로 아메리카노 한 잔, 현미밥 조금에 닭가슴살만 먹고 (인터뷰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당일에는 단백질만 먹는 대신에 한 주 경기가 모두 끝난 토요일 저녁 한 끼를 ‘치팅 데이’ 삼아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는다”면서 “나이가 드니 유지조차 쉽지 않아 더 신경 써야 한다. 가끔 설움이 복받칠 때도 있지만 적어도 ‘현역’이라면 나이와 무관하게 항상 최상이 되게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수영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다음 시즌에도 코트를 밟겠지만 새 시즌 개막과 함께 기록은 전부 제로(0)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세미프로인 핸드볼 리그가 다음 시즌부터 프로리그로 바뀌기 때문이다. 대한핸드볼협회는 프로화를 앞두고 핸드볼 리그 기록을 계속 인정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정수영은 “기록이 이어진다면 통산 1000골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렇지 않더라도 프로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에 괜찮다”면서 “기록이 리셋된다면 프로에서 새로 기록을 쌓는 한편 몸을 더 철저하게 관리해 최고령 선수에 도전하겠다”며 웃었다.
정수영의 활약으로 인천도시공사도 우승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도시공사(승점 23)는 현재 2위 하남시청에 승점 1이 뒤진 3위다. 핸드볼 리그에서는 2위가 1승을 안은 채로 3위 팀과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를 치른다. 인천도시공사는 일단 15일 열리는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충남도청을 반드시 꺾어야 2위를 노려볼 수 있다. PO 승자는 핸드볼 리그 마지막 우승 트로피를 놓고 두산(승점 29)과 챔피언결정전(3전 2승제)을 치른다. 정수영은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한국도로공사가 0% 확률을 극복하고 챔피언에 오르는 모습이 동기부여가 됐다. 핸드볼 리그 마지막 한 페이지를 멋지게 장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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