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오는 25일 이사회 개최
SK온·LG에너지솔루션도 이사회 의결 예정
공장 규모 등 세부내용 3사 공동 발표 검토
배터리 JV 다각화로 IRA 대응 추진
두 합작공장 연산 총 55~65GWh 규모
500km 주행 전기차 年 최대 47만~53만대 생산
“JV 다각화로 중장기 관점 IRA 대응”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각각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 설립을 추진한다. 이달 중 각자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3개 업체가 함께 공장 규모 등 관련 세부내용 발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과 북미지역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추진 관련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SK온 역시 비슷한 시기(다음 주 유력)에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이 해당 배터리 업체 2곳과 북미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앞서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SK온과 연산 20~25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LG에너지솔루션과는 이보다 큰 연산 35~40GWh 규모 배터리 공장 구축에 나선다. 취재 결과 공장 규모는 SK온 합작공장이 LG에너지솔루션보다 크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도를 통해 각 조인트벤처 공장 규모가 나왔는데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규모가 뒤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온 합작공장 규모가 더 크다”고 전했다. SK온 합작공장 생산 규모가 연산 35~40GWh, 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이 연산 20~25GWh 규모라는 설명이다. 투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공장 규모와 기존 사례를 고려하면 각 배터리 공장별 약 2조~3조 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공장이 지어지면 SK온 합작공장에서는 연간 47만~53만대 규모 장거리 전기차(최대 약 500km 주행 가능 기준)에 탑재되는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은 연간 27만~33만대 규모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연간 약 77만~86만대 규모 전기차를 북미에서 생산해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공장 가동 시점은 오는 2026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두 배터리 업체의 이번 협력 추진은 작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효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IRA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공급망을 낮추는데 중점을 둔 법안이다. 전기차의 경우 북미에서 조립해 생산하고 세부요건을 충족하면 세액공제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혜택만을 기대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북미 생산 첫 전기차 모델로 중국산 배터리 셀(배터리 공급사는 SK온)을 채용한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IRA 세부요건이 강화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전기차 현지 조립·생산뿐 아니라 해당 전기차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 공급망에 대한 요건까지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배터리 요건이 강화되면서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생산되는 GV70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다른 전기차 모델들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리스와 렌탈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한 보조금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인 경우에도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보조금 3750달러(약 496만 원)가 주어진다. 여기에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하면 3750달러가 보조금으로 추가된다.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보조금 최대치인 7500달러(약 992만 원)를 지급받는다.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에는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자국 브랜드 모델만 포함됐다. 지난 20일(현지 시간)에는 폭스바겐 전기차 ID.4가 IRA 요건을 충족해 미국 외 국가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보조금 전액을 받는 차종에 추가됐다. 북미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ID.4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된다.
완성차 업체와 달리 배터리 업체에게는 IRA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외에 첨단제조생산세액과 청정제조시설투자세액 등에 대한 공제 혜택을 포함하는데 선제적으로 북미에 설비 투자를 단행한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수혜 대상이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의 경우 미국에서 배터리 셀 생산 시 1kWh당 35달러(약 4만6000원)의 혜택을 부여한다. 배터리모듈까지 생산하면 10달러(약 1만3000원)가 추가로 주어진다. 배터리 셀과 배터리모듈을 모두 생산하면 1kWh당 최대 45달러(약 6만 원)를 지원받는다. 특히 해당 공제 혜택이 각 업체 영업이익에 반영되면서 향후 국내 배터리 업체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실적에 IRA 보조금 혜택을 반영했다. 아직 가동 중인 공장(65GWh)보다 짓고 있는 공장(212GWh)이 많은 상황 속에서 1분기 영업이익 실적이 1003억 원 증가한 효과를 봤다. SK온 역시 올해부터 IRA 혜택이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는 오는 2025년부터는 IRA에 따른 실적 영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약 19조 원에 달하는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청정제조시설투자세액공제의 경우 배터리 제조시설을 설치하거나 규모 확장을 진행하면 투자금 일부를 최대 30%까지 공제하는 방식이다. 6% 세액공제 혜택을 기본으로 직원 급여와 형태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치 혜택을 부여받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IRA에 맞춰 공급망 개선을 추진 중인 배터리 업체 2곳과 협력에 나서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여러 업체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IRA 대응을 추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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