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독일 남부의 소도시 노이부르크에 위치한 아우디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늦은 봄비가 내리는 트랙 위에 아우디의 고급 스포츠 전기 세단 RS e트론 GT가 고요하게 질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자동차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제로백’ 공식 기록은 부스트 모드를 사용했을 경우 3.3초. 하지만 극한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 대회 3회 우승을 차지한 전 챔피언 프랑크 비엘라는 “3초 안쪽으로도 가능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출발 신호가 떨어진 뒤 트랙을 박차고 나간 RS e트론 GT는 정확히 3.0초 만에 시속 100km 도달에 성공했다.
아우디의 RS e트론 GT는 독일차 3대장 중 하나인 아우디가 판매 중인 전기차의 최고성능 모델이다. 아우디는 독일어로 Renn(질주하다)과 Sport(스포츠)의 앞 글자를 딴 RS를 아우디 최상위 모델에 부여하고 있다. 2021년 2월 처음 공개됐으며, 한국에는 같은 해 12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RS e트론 GT는 앞뒤 두 개의 전기 모터로 646마력의 출력을 낸다. 이 차의 가속력은 길이 약 3km의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트랙에서 빛을 더했다. 트랙 주행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가 비로 인해 젖은 노면을 달렸음에도 높은 속도를 유지한 채 회전 구간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속도가 떨어진다고 느꼈을 때 가속페달을 밟으면 쉽게 시속 100km 이상에 도달하며 코스를 치고 나갔다. 여기에 아우디 특유의 묵직한 스티어링휠은 속도가 빨라질수록 차를 더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물 사이를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는 슬랄럼 코스, 원하는 지점에서 차를 급제동시키는 코스 등에서도 2t이 넘는 자동차는 마치 경차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반응했다.
독일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질주하자 이 자동차의 특징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 시속 200km 이상으로 주행했는데도 흔들림이 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바닥에 붙어가는 듯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게가 나가는 배터리가 자동차의 가장 낮은 지점에 있어 무게 중심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바람 소리나 주변 차량의 소리도 잘 차단돼 실내 역시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속도 제한이 없는 트랙 이외의 도로에서는 이 자동차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336km지만, 실제 효율은 유럽 인증 기준인 472km에 가깝게 느껴졌다. 아우토반을 이용해 약 180km 구간을 주행했음에도 잔여 전력이 약 60∼70%였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사용하지 않는 봄철이라 에너지 소모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도, 스포츠카답게 공기 저항을 덜 받도록 설계된 데다 에너지를 회수하는 회생 제동의 효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아우디 측 설명이다. 93.4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국내 소비자가격은 2억632만 원. 아우디 RS e트론 GT는 전량 독일 네카르줄름 스마트공장에서 제조된다. 소비자 주문이 들어온 뒤 장인들의 수작업과 정밀한 기계가 함께 움직이며 맞춤형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선명한 중앙 디스플레이, 가죽이 적용된 시트와 인테리어,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음향 시스템 등도 운전의 즐거움을 높이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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