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2021년 1월 퇴임 당시 기밀문서 반출 등 37가지 혐의로 연방정부로부터 기소된 가운데 이 문서들이 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무도회장, 욕실, 창고 등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검찰이 9일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현황, 동맹국에 대한 군사공격 관련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무도회장 무대 위에 방치했다. 수영장 옆 창고 바닥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다섯 개의 눈)’ 관련 문서가 나뒹굴고 있었다.
연방검찰은 마러라고 욕실에 기밀문서가 상자 채로 쌓여있는 사진을 공소장에 첨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7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지인들에게 미국의 이란 공격 계획 관련 문서를 보여주며 “기밀 해제가 되지 않은 자료”라고 자랑하는 녹취록도 증거로 첨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그는 갖고 싶은 것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영원한 유아’이며 기밀문서는 그의 ‘장난감’”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고용한 변호인에게도 해당 문서를 검토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아무도 내 상자를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싫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그가 기밀문서를 포함해 자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트로피’로 여겨 무조건 손에 넣으려 한다고 평했다.
WP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종이로 작업하는 ‘아날로그형 사업가’라는 측면도 조명했다. 그가 일생 동안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종이 문서를 살펴보고 찢어서 쓰레기통, 바닥, 화장실 등에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재직 중에도 기밀문서를 읽은 뒤 찢어서 버리는 행동을 거듭했다. 이로 인해 백악관 기록관리실 직원들이 문서 보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찢어진 종이를 모아 테이프로 붙이는 일이 허다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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