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논란]
“공교육 내에서 출제 지시 이행 안돼”
교육부 대입 국장 대기발령 조치도
대통령실 “사교육 이권 카르텔 증거”
교육부가 6월 모의평가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감사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이다.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입 담당 교육부 간부가 경질되고 출제기관이 감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6월 모의평가 점검 결과) 일부 출제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다”며 감사 계획을 밝혔다. 모의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평가원에도 “수능이 공교육 내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를 전달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차관은 “평가원에 대해 (교육부)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를 총리실과 함께 합동으로 점검 확인하는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교육부는 대입 담당인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국장급)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대입 담당 국장이 6개월 만에 모의평가 난도와 관련해 문책성 인사 조치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몇 달 전 장관에게 지시한 지침을 국장이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도, 장관도 하명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건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라고 전했다. 또 “사교육 산업과 교육 당국의 카르텔은 교육 질서의 왜곡이자 학생들에 대한 기회의 균등을 깨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장 차관은 “(경질은) 대통령실이 지시한 것은 결코 아니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결단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가 교육부를 향한 강력한 경고라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로 이날 경질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일부 공직자들이 새 국정 기조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여권의 불만도 영향을 끼쳤다.
다만 교육부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원래부터 매년 6월 모의평가는 어렵게, 9월 모의평가는 쉽게 출제한 뒤 그 중간 난도로 맞춰 수능을 출제해 왔다. 일종의 난도 테스트 작업으로 수십 년째 반복해 온 것이다. 그런데 6월 시험을 어렵게 냈다고 담당 국장을 경질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기획관이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과장, 유은혜 전 장관의 비서실장을 맡는 등 요직에 연이어 기용됐던 것이 이번 인사의 한 원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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